지금 북한은 화생방 공격을 준비 중이다. 그것도 독가스를.
가스 공격 가설에 신빙성을 더하는 근거를 최근 ‘울국모’(울트라 코리아 파워를 위한 국방 리더십 연구 모임)라는 신생 단체에서 발표했는데, 몇 개를 발췌해보자. 첫째, 기체 형태가 아니라면 이렇게 권력이 유연하고 비가시적일 리 없다는 것. 둘째, 기체 형태가 아니라면 이렇게 권력과 불안을 우리가 감지 못할 리 없다는 것. 셋째, 기체 형태가 아니라면 이렇게 우리의 의식과 의지 깊은 곳까지 정치적 무력감이 전이될 수 없다는 것 등등.
생각해보면 그렇기도 하다. 김일성도 이젠 무색무취의 독가스 같은 유령이 아닌가?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점은 김일성에게 빙의되는 것이고, 우리가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은 김일성 귀신을 쫓아내는 일 아닌가? 영화 에선 액체 로봇이 나왔으니 3편에선 기체 로봇이 나오지 않겠는가? 금강산댐이라는 전격 수공 작전 이후의 공격은 당연히 기체 형태가 분명했다. 이마무라 쇼헤이, 오시마 나기사, 마쓰모토 도시오 같은 일본 감독들이 “적은 사라지고, 권력은 풍경이 되었다”라고 말했을 땐, 필경 이 기체 형태의 주적 개념을 의미했으리라!
난 피란을 가려고 라면을 사재기하고 있는데, 불현듯, 아마도 보이지 않는 큰 송기관 같은 것이 한반도를 관류하고 있을 것이다. 각 지역에 배치된 간첩들은, 주류 송기관이 작동하는 순간 때를 맞춰 세부 송기관의 기압을 더욱 증폭시키려는 지원 공작을 펼칠 것이
다. 한반도를 뒤엎는 독가스만 한 울트라 쓰나미가 또 어디 있으랴.
난 사재기한 라면을 여행가방에 미친 듯이 담고 있는데, 다시 불현듯, 어떻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냥 피란 준비나 계속 할까 싶기도…. 왜냐하면 기체 형태의 가스 공격에 관련한 군사학적 난점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부지불식간에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다(이것은 공약과 정책의 차이로서, 선거 전에 공약은 알 수 있지만 선거 뒤 정책은 알게 모르게 사라진다). 둘째, 아군과 적군에 무차별적으로 살포된다(요즘 정치인들에게 이 무차별성이야말로 지지율의 독립변수다). 셋째, 그래서 적군과 아군의 구별을 지워나간다(옛날이나 요즘이나 무장공비 침투나 국지 도발 때면 종종 있었던 일이니까, 라고 자위하기엔 이번엔 너무 대규모다).
마치 ‘삐라’를 막 뱉어내려는 풍선처럼 여행가방이 빵빵해졌다. TV를 틀었다. 앗, 밤 9시마다 보던 저 아나운서가 갑자기 방언을 하는 듯, 낯설게 웅얼거린다. 정보원에서 화생방 공격의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믿을 수 없다. 이것은 진짜 계엄령이다.
공기 또한 낯설다. 헐… 주절주절하다가 가장 중요한 피란 용품을 빠뜨린 것 같다. 기체 형태의 주적을 쫓아내기 위해서라면, 제아무리 용한 무당이라도 필히 갖춰야 할 그것. 방독면! 이것이 한국의 모든 피란민을 위한 엑소더스 패션, 혹은 SF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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