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용 제공
‘당신의 머스트 해브’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라는 제의에 처음 든 생각은 ‘내게 그런 아이템이 있나’였다. 사물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성격이라 ‘없으면 큰일 나는’ 물건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며 고민을 시작하던 찰나, 머리를 스친 물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세안을 할 때마다 소중한 친구가 돼주는 ‘머리띠’다.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이 일을 하기 전만 해도 취침 전 세안은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귀찮으면 그냥 자는 거다. 지저분하다고? 그땐 그랬다. 한데 아나운서가 되고 나니 신경 써야 할 것이 하나둘 늘어났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의 의미도 깨달아갔고, 전체적인 매무새에도 점점 더 신경을 곤두세우게 됐다. 그런데 세안을 자주(!) 하다 보니 뭔가 걸리적거리는 게 있었다. 바로 앞머리. 세안할 때 물에 젖어 헝클어지는 앞머리가 늘 신경 쓰이는 것이다. 그즈음 만난 것이 바로 나의 머스트 해브, 철사 머리띠 되시겠다.
이 머리띠는 보통 머리띠가 아니다.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내 두개골 바깥 둘레를 여유롭게 감쌀 정도로 넉넉한 품을 자랑하며, 착용감이 어찌나 좋은지 세안을 마친 뒤 머리띠를 벗기지 않은 채 잠이 든 적도 여러 번이다. 물아일체의 경지라고 할까. 비슷한 모양의 다른 머리띠를 중간중간에 사용해봤지만 이것처럼 딱이다 싶은 녀석은 다시 없었다. 2005년 초에 만났으니 벌써 7년째, 철사의 강도도 약해지고 군데군데 녹도 슬었지만 난 이 녀석과 절대 헤어질 수 없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일이 넘는 긴 해외 출장 때 가장 먼저 챙겼던 물건도 이 머리띠이며, 짧은 국내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도 이 머리띠가 없으면 묘한 불안감이 생긴다. 집에서 이 녀석이 실종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난 그냥 넘어가지 않고 기필코 찾아내고야 만다. 그때의 성취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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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데이트 초기 서울 이화여대 앞 모 액세서리 가게에서 구입한 단돈 3천원짜리 철사 머리띠. 아내와의 추억도 살포시 담겨 있는 이 물건은 분명 당신의 머스트 해브 사상 최저가 아이템이리라 확신한다. 아니면 말고. 한데 요즘 들어 부쩍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내 머스트 해브 아이템의 내구성이 급격히 쇠락하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긴 3천원짜리 철사 머리띠가 7년을 버텼으니 할 만큼 했다. 문제는 같은 느낌을 주는 녀석을 도저히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 잡듯 뒤져 비슷하다 싶은 머리띠를 여러 번 구입해봤지만 늘 기대 이하였다. 해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SOS를 청한다. 혹시 이런 느낌의 머리띠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시라. 은혜는 절대 잊지 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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