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우 제공
“나비넥타이가 잘 어울리시네요.”
첫 만남에서 나비넥타이를 하고 있는 내게 많은 사람들이 건네는 인사말이다.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누구나 하면 어울립니다.” 그런데 이 말은 절대 빈말이 아니다. 중년의 기혼 남성이라면 대부분 나비넥타이를 맨 경험이 있을 텐데 바로 결혼식이다. 처음 용기 내어 착용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타인에게 나비넥타이가 어울리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한의원에서 진료할 때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니만큼 복장을 단정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진료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항상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그 위에 의사 가운을 입었다. 어느 날 의류시장에 간 아내가 나비넥타이 2개를 들고 와서는 한번 해보라고 했다. 나도 별 거부감 없이 ‘그럼 해볼까?’ 했던 게 쭉 이어진 것이다. 일반 넥타이를 착용하면 치렁거려 팔로 잡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특히 환자 몸에 타이가 닿는 일을 피하기 어렵다. 20만~3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넥타이에 찌개 국물을 흘리면 세탁소에서도 얼룩이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비넥타이는 이런 고민에서 남성을 자유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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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보타이는 긴 타이를 모양을 잡아 매듭짓는 형식이나 요즘 나비넥타이는 처음부터 모양이 잡혀서 나온다. 고리를 걸어 착용하기에 탈부착이 용이하다. 또한 목 굵기나 셔츠 두께에 따라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바쁜 출근 시간에 간편하게 착용하기 편하게 고안돼 있다. 가격도 싸다. 온라인 매장에서는 보통 1만~3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고가 브랜드도 있지만, 젊은 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의류 매장의 액세서리 코너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나비넥타이 애호가로서 팁을 준다면, 나비넥타이는 될수록 화려한 색깔을 택하는 것이 좋고 넥타이 날개 크기가 어느 정도 커야 보기에 좋다. 날개 크기가 너무 작으면 아동용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한의사협회 홍보이사직을 맡아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나비넥타이는 화제가 됐다. 어느새 나비넥타이 전도사가 되어 독려한 결과 몇몇 동지를 갖기에 이르렀다. 어떤 기자는 한번 매보고 묵혀둔 나비넥타이(크루즈 여행을 하게 된 그에게 친구가 ‘보타이가 크루즈 여행에는 필수’라며 선물했다고 한다)를 나를 만난 계기로 다시 꺼내어 착용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중년 남성들이 멋진 나비넥타이를 착용하고 서먹한 첫 대면에 넥타이 이야기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것도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비넥타이는 외롭다. ‘넥타이 부대’는 있어도 ‘나비넥타이 부대’는 없다. 당신은 정말 평범한 40대 중년 남성 중 하나로 묻혀서 살고 싶은가. ‘넥타이 부대’에서 한 발 빼는 것, 의외로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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