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처럼 튀어올라 파도처럼 밀려왔다. 2008년 데뷔한 2PM은 그렇게 다가왔다. 순정만화 속 예쁘장한 소년들이 아니라 180cm가 넘는 키에 근육으로 무장한 이들은 ‘짐승돌’로 불리며 ‘강한 남자’를 갈망하는 여심을 흔들었다. 그런데 2PM을 얘기할 때 방점이 찍혀야 하는 곳은 ‘근육’이 아니라 ‘근육의 움직임’이다.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이들의 퍼포먼스였으니까.
무대를 되짚어보자. 무대를 굵고 길게 가로지르는 텀블링으로 시작한 이 무대에서 2PM은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솟아오르더니 장난기 넘치는 손짓과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 전까지 아이돌 그룹의 무대가 직선이었다면, 이들의 무대는 곡선이었다. 착착 맞춘 직선 안무는 박수를 부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곡선 안무는 몸을 흔들게 한다. 2PM에는 ‘퍼포먼스 아이돌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비보잉과 애크러배틱 안무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재범은, 안타깝게도 이후 탈퇴했다.
6명으로 재정비한 2PM은 로 컴백했다. 재범의 공백에 대한 우려와 달리 2PM은 더 극대화된 퍼포먼스를 들고 돌아왔다. 심장이 뛰는 모습을 손으로 표현한 택연을 빼고 모두가 누워서 무대를 시작했고, 곡이 진행되는 내내 힘차게 뛰어다니다 후반부에는 스펙터클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간 탑 쌓기’ 안무를 선보였다. 남자 아이돌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였다. 2PM이 인기의 절정에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후 와 이 기대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은 퍼포먼스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2010년대에 2PM이 있다면, 1980년대에는 김태형·정원관·이상원 3명으로 구성된 댄스그룹 소방차가 있다. 1987년 1집 로 데뷔한 소방차는 등 히트곡을 ‘빵빵’ 터뜨렸다. 소방차의 핵은 퍼포먼스였다. 김태형과 이상원의 텀블링으로 시작하는 , 이상원의 탈퇴 이후 들어온 도건우가 정원관의 무릎을 차고 텀블링을 도는 의 퍼포먼스는 1980년대 가요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가만히 노래를 부르거나 판에 박힌 안무를 보여주는 게 전부이던 가요계에서 곡선을 그리며 뛰어다녔던 소방차는 ‘보고 또 봐도’ 멋있는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었다.
‘눈으로 즐기는’ 아이돌 그룹의 승부처는 무대 퍼포먼스다. 2PM과 소방차는 시각적 강렬함을 극대화해 성공했다. 거기에 남성성이 더해지면서 이들은 여자들이 꿈에서라도 한 번쯤 ‘만져봤으면’ 하는 아이돌이 됐다. 이게 ‘아이돌 코드 수직이론’의 두 번째 법칙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두 번째 법칙은 ‘369±1’ 이론이다. 소방차(3명)와 2PM(6명)처럼 그룹 멤버 수가 3의 배수인 아이돌 그룹은 성공한다(걸그룹이지만 9명인 ‘소녀시대’를 보라). 게다가 멤버의 탈퇴(재범)나 교체(이상원 탈퇴, 도건우 영입)가 있다면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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