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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혼성 그룹이 뜬다?

등록 2011-07-15 18:53 수정 2020-05-03 04:26
tvN 제공

tvN 제공

1990년대만 해도 혼성 그룹이 많았다. 를 부른 잼, 쿨, 룰라, 투투, UP, 영턱스클럽, 샵(#) 등 남자 셋 여자 하나, 남자 둘 여자 하나 혹은 남자 둘 여자 둘 정도로 이뤄진 혼성 그룹이 인기를 끌었다. 혼성 그룹은 남녀 모두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가볍고 친숙한 이미지의 노래와 춤을 보여줬다. 이들 중 유독 남달랐던 혼성 그룹 한 팀이 있다. 혼성 그룹의 원조 격에 속하는, 게다가 희귀하다시피 한 혼성 듀오 ‘철이와 미애’다.

‘철이’ 신철은 1980년대 클럽을 중심으로 이정효와 함께 ‘붐붐’이라는 이름의 댄스 DJ로 활동했다. 랩과 춤 등으로 인기를 모았던 붐붐은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DJ로 이름을 알리며 방송계에 진출했다. 이후 붐붐은 랩을 가미한 의 리믹스 버전을 나미와 함께하며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붐붐이 해체된 뒤 신철은 문화방송 무용단 출신의 미애를 발탁해 철이와 미애(왼쪽 사진)를 결성했다.

철이와 미애는 1992년 1집 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는 남녀가 서로 묻고 대답하는 형식의 독특한 댄스곡이었다. “오해는 하지 마/ 그 남자가 누군지 얘길 해봐/ 사실이 아냐/ 그렇다면 사실을 내게 말해봐” 등 가사는 남녀가 다투는 내용을 현실감 있게 그대로 담았다. 곡은 DJ이자 래퍼인 신철의 장기가 십분 발휘됐다. ‘때밀이춤’이라고도 불린 춤과 함께 이 곡은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후속곡 도 선전했다. 철이와 미애는 1994년 발표한 2집 이후 해체했다. 철이와 미애는 2년이라는 짧은 활동 기간에 비해 강렬한 인상을 보여줬다. 남자 댄서 못지않게 힘있는 움직임을 보여준 미애의 춤과 철이의 독특한 랩은 혼성 그룹 중에 최고라 할 만했다.

2000년대 이후 혼성 그룹은 거의 사라졌다. 남성팬이나 여성팬을 집중 공략하는 아이돌 그룹 시대에 혼성 그룹은 경쟁력을 잃었다. 대신 ‘피처링’을 통해 간혹 남녀 혼성 듀오가 무대에 오른다. 남녀 혼성 듀오가 무대에 오를 때의 장점이라면 철이와 미애의 무대가 그랬던 것처럼 남녀 사이의 긴장감이다. 최근 가장 인상적이었던 남녀 듀오 무대는 2009년 여름을 강타한 (오른쪽 사진)다. 백지영의 곡에 2PM의 옥택연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 곡 역시 남녀가 서로 사랑을 속삭이듯 목소리가 교차한다. 무대는 파격적이었다. 가수가 대중을 보고 윙크하며 노래하는 데 익숙해진 요즘 남녀가 서로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눈을 쳐다보는 ‘아이 콘택트’는 참신했다.

철이와 미애, 백지영과 옥택연을 통해 발견한 아이돌 코드 수직이론의 첫 번째 법칙은 ‘혼성 그룹이나 듀오의 경우 사랑을 속삭이든 다투든 연인이 대화를 하는 듯한 곡이 무조건 인기를 얻는다’. 두 번째 법칙은 ‘혼성 그룹이나 듀오의 멤버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행사가 열린 해에 태어났다면 무조건 성공한다’. 신철(1968·멕시코올림픽), 미애(1970·방콕아시안게임), 백지영(1976·몬트리올올림픽), 옥택연(1988·서울올림픽)이 증명한다.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이나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2018년에 태어난 아이는 분명히 혼성 그룹 멤버가 되거나 혼성 듀오로 무대에 오를 것이라는 예언, 2030년이 되면 알게 되리라(19년 남았다, 휴).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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