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이 좋아? 듀스가 좋아?” 1990년대 초, 종종 이런 질문을 주고받았다. 열에 일고여덟은 “서태지!”를 외쳤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대중문화라는 바다에 거대한 파도를 몰고 온 ‘문화 대통령’이었다면, 듀스는 해변 저쪽에서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강한 비트의 음악에 어깨를 흔드는 ‘잘 노는 오빠들’이었다. ‘그래서 너는 어느 쪽이었느냐’라고 묻는다면, “머리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었는지 몰라도 속으로는 항상 듀스와 놀고 싶었다”고 답하겠다.
1990년 현진영의 백댄서팀인 ‘와와’ 2기로 활동을 시작한 이현도와 김성재는 1993년 2인조 그룹 ‘듀스’를 결성해 <나를 돌아봐>가 수록된 1집 <듀스>로 데뷔했다. 빠르고 강한 비트에 격렬한 춤을 추며 등장한 듀스는 대중음악의 또 다른 장을 열었다. 이듬해 발매된 2집 <듀시즘>과 3집 <포스 듀스>는 1990년대에 나온 대중가요 앨범 중 명반으로 꼽힌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로 시작하는 <우리는>과 <약한 남자> <굴레를 벗어나> <Go! Go! Go!><상처> 등은 힙합 비트와 음악 소스, 멜로디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이현도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곡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듀스는 1995년 돌연 해체를 결정했다.
듀스는 이현도와 김성재가 각자 잘하는 영역을 맡아 해내는 시스템이었다. 이현도는 곡을 썼고, 김성재는 스타일을 만들었다. 김성재가 만들어낸 스타일은 지금 봐도 괜찮을 만큼 세련됐다. 힙합 바지에 티셔츠, 모자, 귀고리, 배낭, 선글라스, 헤드폰을 걸쳤을 뿐인데 김성재는 남달랐다. 그가 직접 스타일링한 무대 의상은 다른 가수들과는 확연히 달랐고, 옆을 치고 뒤로 넘긴 그의 헤어스타일은 순식간에 유행했다. 김성재는 스타일을 즐길 줄 알았다. 듀스가 해체하고 1995년 11월에 내놓은 김성재의 1집 타이틀 곡 <말하자면>의 뮤직비디오와 첫 방송에서 보여준 스타일은 그가 보여준 모든 스타일 중 최고였다.
남자는, 듀스가 그랬던 것처럼, 둘이 서로 등을 대고 서 있을 때 가장 멋지다. 듀스 이후 멋진 남성 듀오를 만나기 힘들었던 가요계에 오랜만에 눈에 띄는 남자 2명이 등장했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이 결성한 2인조 유닛 GD&TOP이다. GD&TOP은 지난해 말 1집을 통해 <오 예> <하이하이> <집에 가지 마> <뻑이 가요> <베이비 굿 나잇> 등 흥미로운 곡들을 내놓았다. 사운드는 강해졌고, 가사 역시 세졌다. 또 빅뱅에서 스타일과 존재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지드래곤과 탑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하이 하이> 가사에 등장하는 “난 이 밤의 대통령” 효과라고 할까. 둘이 등장하면 무대가 클럽으로 변한다.
듀스와 GD&TOP을 놓고 볼 때 이현도와 지드래곤, 김성재와 탑은 얼핏 닮은꼴이다. 이현도와 지드래곤은 무대에서의 가수와 곡을 만들어내는 뮤지션, 두 가지 정체성을 지녔다. 그 시대에서 가장 ‘핫’한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점도 닮았다. 김성재와 탑은 얼굴과 표정, 몸짓에서 같은 선이 발견된다. ‘느리게 움직이는 굵은 직선’의 느낌이다. 이번 아이돌 코드 수직이론은 ‘친구가 듀오를 결성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이현도와 김성재는 고등학교 때 춤으로 만난 친구다. 지드래곤과 탑도 중학교 시절 동네 친구였다. 남자 둘의 호흡은 오랜 우정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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