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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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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걸그룹은 늙고 기자는 떠난다

등록 2011-09-23 12:09 수정 2020-05-03 04:26
내가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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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4인조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가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내고 가요계에 데뷔했다. 막 데뷔한 그룹이었지만 연습 기간만 3년이었고 서울 홍익대 앞 등에서 라이브 실력을 키워 ‘실력파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브아걸은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던 2009년 앨범의 수록곡인 가 ‘슈퍼울트라급 메가히트’를 기록하면서 브아걸은 비로소 그 존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브아걸은 걸그룹치고는 ‘연륜’이 남다르다. 24살인 가인을 제외하고 제아·미료·나르샤 세 멤버는 1981년생, 그러니까 30살이다. 10대 중·후반이 판치는 가요계에서 30살 멤버가 셋이나 있는 이들이 ‘걸그룹’이라는 간판을 달고 대단히 ‘양호하게’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브아걸의 매력은 오히려 ‘1981’이라는 숫자에 있다. 사랑도 알고 세상도 아는 거침없는 나이가 서른 아닌가. 그래서 브아걸이 부르는 노래는 두 뼘쯤 더 마음에 와닿는다.
2006년 3월에 데뷔한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에 데뷔한 ‘안인용’(이하 ‘나’)이다. ‘나’는 에는 2006년 처음 이름을 내밀었지만, 그 전에 2년 동안 에서 일하며 실력을 키웠다(고 믿었다). 사회팀에서 일을 시작해 주옥같은 기사를 썼고, 대한민국 최초의 개그 칼럼 ‘안인용의 개그쟁이’로 인기를 얻었다(고 착각했다). 2007년 본지 ‘esc’팀으로 자리를 옮겨 웃지 않고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기사와 칼럼이 잇달아 ‘슈퍼울트라급 메가히트’를 기록하면서 비로소 그 존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공교롭게도 ‘나’ 역시 브아걸의 세 멤버들처럼 1981년생, 그러니까 30살이다. 스물셋에 기자를 시작해 올해로 8년차를 찍었다. 초짜 기자도, 그렇다고 중견 기자도 아닌 애매한 경력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대단히 ‘양호하게’ 살아남았다(고 자평한다). 거침없는, 그래서 매력적인 나이 서른의 ‘나’는 이쯤에서 다시 한번 거침없어지기로 했다. 8년 동안 일했던 이 ‘동네’를 떠나 다른 ‘동네’로 모험 아닌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모험을 떠나는 가방을 꾸리며 ‘기자’는 내려놓았다. 이 칼럼을 마지막으로 ‘안인용 기자’는 ‘안인용의 아이돌 코드’와 함께 막을 내린다.
는 ‘이토록 행복한 기자질과 직장생활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알게 해주었다. (남편도 주었다, 꺄홋!) ‘이토록 행복한 기자질과 직장생활’의 4할은 함께 웃고 떠들었던 존경하는 동료들 덕분이고, 4할은 기사를 읽어주었던 소중한 독자들 덕분이다. 지면을 빌려 인사를 전한다. 나머지 2할은 기사를 쓰며 더없이 신났던 ‘나’ 덕분이다. ‘나’에게도 말하고 싶다, 수고했다고.
inyong.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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