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의 끝을 잡고 있는 나의 사랑이 ‘드’ 이상 초라하지 않게 나를 위해 울지 마 난 ‘갠’찮아.” 미국 교포 출신 가수라는 인증은 (이하 )의 이 대목만으로도 충분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김조한(사진)과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간 정재윤·이준은 10대에 미국에서 만나 ‘솔리드’를 결성했다. 솔리드는 1990년대 초·중반 제대로 ‘미국맛’을 보여준 그룹이었다. 메인보컬 김조한은 솔리드의 핵심이었다. 서툰 한국어와 ‘필’이 제대로 들어간 리듬앤드블루스(R&B) 보컬, 당시 흔치 않던 턱수염까지 누가 봐도 ‘교포’였다. 그렇다고 ‘미국맛’으로만 밀었다면 솔리드는 성공하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김조한의 보컬은 정재윤이 한국식으로 적절하게 변형한 R&B, 하우스, 펑크와 결합해 한국 가요계에서 통했다. 준수한 외모와 바닥을 뚫을 만큼 낮은 랩을 구사한 이준은 팬덤의 중심이었다.
솔리드는 으로 기억되지만 이 곡은 1995년에 발매한 2집 수록곡이었다. 1993년에 타이틀곡 을 내걸고 나온 1집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작곡가 김형석과 손잡은 2집은 솔리드를 단숨에 최고 인기 가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김형석이 만든 뿐 아니라 등이 잇달아 히트했다. 3집에서는 가, 4집에서는 등이 인기를 얻었다. 한 편의 드라마나 다름없는 내용을 솔직한 가사와 밝은 멜로디에 담은 과 는 1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노래방에서 끊임없이 울려퍼진다. 솔리드는 1997년 4집을 내놓고 해체했다.
솔리드가 해체하고 이준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김조한은 솔로 앨범을 내놓으며 활동을 이어갔다. 정재윤은 한국과 미국, 대만 등에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정재윤이 최근 ‘제2의 솔리드’를 표방한 그룹 ‘아지아틱스’를 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지아틱스는 미국 교포들로 이뤄진 3인조 남성그룹이라는 점에서, 보컬·래퍼·작곡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솔리드의 뒤를 잇는다. 미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만든 아지아틱스는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솔리드의 멤버가 솔리드와 꼭 빼닮은 그룹을 제작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솔리드를 능가할 만큼의 인지도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다. 김조한이라는 보컬리스트를 중심에 놓고 보면 ‘제2의 솔리드’로 ‘포맨’이나 ‘바이브’ 같은 남성 보컬그룹이 떠오른다. 포맨은 특히나 3인조 보컬그룹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게다가 한 가지 희미한 연결고리가 있으니, ‘015B’의 장호일이 솔리드 1집의 프로듀서였으며 1990년대 후반 바이브의 소속사 사장이었다.
이번주 아이돌 코드 수직이론은 ‘줄을 잘 타면 성공한다’. ‘제2의 ○○’이 되고 싶다면 그룹 멤버 혹은 그룹을 발굴하거나 키워낸 이의 동선을 예의주시하다가 어떻게든 그 줄을 잡으면 된다. ‘제2의 빅뱅’이나 ‘제2의 소녀시대’를 꿈꾼다면 지금부터 해당 아이돌 그룹과 관련된 모든 줄을 샅샅이 찾아보길. 그 줄이 튼튼한 쇠심줄일지 썩은 동아줄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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