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선은 김완선이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가요사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든 가수가 김완선이다. 댄스 바람이 불기 시작한 85년, 열여섯 살의 김완선은 인순이의 매니저이자 자신의 이모인 한백희씨의 손에 이끌려 인순이의 백댄서팀 ‘리듬터치’에 들어갔고, 다음해인 86년 이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김완선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웨이브춤과 ‘딱히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가는 눈과 무표정한 얼굴에 바이브레이션이라고는 전혀 없는 높은 톤의 목소리. 게다가 노랫말은 이랬다. “나 오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무심한 밤새 소리 구슬피 들려 저 하늘 둥근 달이 외로워 보여요.” 김완선의 등장 이후 이 땅의 모든 남자들은 밤이 무서워졌다.
이후 까지 김완선은 쉬지 않고 히트곡을 내놓았다. 모든 곡은 김완선만의 헤어스타일인 사자머리와 마돈나 스타일의 세련된 의상, 또 특유의 웨이브와 턴, 지르는 듯한 목소리로 완성됐다. 김완선은 혼자 무대에 올라도 무대가 꽉 차는 ‘미친 존재감’의 가수였다. 김완선의 성공에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흐름이 있다. 그의 데뷔 앨범 은 ‘산울림’의 멤버인 김창훈의 작품이었고, 3집은 이장희와 함께했다. 은 신중현의 곡이었고, 는 손무현이 썼다. 김완선은 4집을 내놓으며 백밴드 ‘실루엣’을 구성했는데 손무현(기타), 윤상(베이스), 손경호(드럼·‘더문샤이너스’ 드러머) 등이 멤버였다. 김완선의 뒤에는 늘 최고의 뮤지션들이 있었다.
누가 ‘포스트 김완선’인가에 대해서는, 그래서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보아에게서는 김완선만의 도발적인 매력을 찾기 어렵고, 이효리와 손담비에게서는 김완선이 이룬 음악적 수준을 찾아낼 수 없다. 2000년대 걸그룹 멤버 중에서는 누가 있을까. 무대 위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는 듯한 무표정함은 ‘원더걸스’의 소희와 비슷하고, 춤이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선은 ‘포미닛’의 현아가 생각난다. 쌍꺼풀이 없는 긴 눈과 그로 인한 섹시함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이 떠오른다. 가인은 솔로 앨범을 내면서 윤상의 곡 으로 활동했고, 맨발로 춤을 춘 무대는 김완선이 그러했듯 대단한 에너지를 보여줬다. 적어도 가인에게는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곡과 무대를 만들어주는 이들이 옆에 있다는 점에서 아이돌 가수 중에 누가 가장 김완선과 가까운가 묻는다면 가인에 한 표를 던지겠다, 그러나….
김완선과 현아의 관계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포착됐다. ‘164-44’의 법칙이다. 김완선과 현아는 모두 프로필상 164cm의 키에 44kg의 몸무게를 지녔다. 김완선의 현재 몸무게가 44kg인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치다. 여성 댄스가수의 대단한 춤실력은 164cm의 키와 44kg의 몸무게에서 나온다는 게 이번주 아이돌 코드 수직이론이다. 그렇다면 가인은? 163cm에 43kg이다. 아쉽다. 부족한 1cm와 1kg이 아쉽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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