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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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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연기 꽃미남 가수 성공시대

등록 2011-09-02 17:51 수정 2020-05-03 04:26
가수 김원준(왼쪽)과 김현중. 한겨레 자료사진, 카이스트 제공

가수 김원준(왼쪽)과 김현중. 한겨레 자료사진, 카이스트 제공

‘비주얼 쇼크’였다. 말끔하게 생기다 못해 흠잡을 구석이 없는 ‘예쁜 얼굴’에 깔끔하게 빗어 넘긴 앞가르마, 세련된 캐주얼 정장. 김원준은 1992년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무대 위에서 활짝 웃으며 “모두 잠든 후에 사랑할 거야 아무도 모르게 마음으로”()를 불렀고, 신세대 의류 브랜드인 ‘카운트다운’의 광고에 등장해 마네킹에서 사람으로 변신한 다음 멋지게 360도 스핀을 돌았다. 가 수록된 1집 앨범 제목은 였다. 제목, 참 겸손하다. 그 얼굴이 어떻게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김원준은 로 대단한 인기를 모았고, 이어 등으로 연속 히트를 기록했다. 지드래곤이 입고 나온 치마를 17년 전인 1994년 무대에 입고 나왔고, 1995년에는 여성 속옷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김원준은 ‘신세대’ 연예인의 전형이었다. 그는 잘생긴 가수였을 뿐 아니라 곡을 만드는 능력마저 있는 싱어송라이터였다. 앞에서 언급한 김원준의 히트곡은 대부분 그가 작곡·작사했다. 김원준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록밴드에서 음악을 했다. 피아노와 기타를 칠 줄 알고 곡도 쓰는데다 대단히 잘생기기까지 한 김원준은 자연스럽게 가수가 됐고, 1990년대를 풍미했다.

김원준을 보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아니, 요즘은 거꾸로 이 얼굴을 보면 김원준이 떠오른다는 말이 맞겠다. 아이돌 그룹 ‘SS501’의 대표 미남이었고 지금은 솔로로 나와 ‘솔로 가수 대표 미남’을 맡고 있는 김현중이다. 김현중도 김원준처럼 흠잡을 구석이 없는 미남이다. 김현중은 빼어난 미모뿐 아니라 여러 차원을 넘나드는 정신세계로도 유명하다. 특히 그의 고등학교 시절은 토크쇼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서태지를 동경해 기타를 배우고, 서태지처럼 고등학교를 자퇴했으며, 청소년 록밴드에 몸담았다. 록밴드를 시켜준다고 해서 소속사에 들어갔지만 알고 보니 아이돌 그룹이었다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한다. 김현중도 김원준처럼 기타를 칠 줄 아는데다 대단히 잘생기기까지 해서 자연스럽게 연예인이 됐고, 지금 아시아 전역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얼굴에 ‘연예인’이라고 써 있는 김원준과 김현중이지만 이들에게도 약점은 있다. 연기력이다. 김원준은 1995년 한국방송 드라마 에서 공군 사관생도로 나왔지만 연기력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김현중은 한국방송 드라마 에서 ‘지후 선배’로, 문화방송 에서는 주인공 백승조로 출연했지만 연관검색어에 ‘발연기’만 남겼다.

이번주 아이돌 코드 수직이론은 ‘기타를 치고 연기를 못하는 꽃미남은 성공한다’. 김원준이나 김현중처럼 깎아놓은 듯한 ‘연예인상’을 가졌다면 10대 때 록밴드는 필수. 잘생긴 얼굴에 반전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바로 록밴드다. 그러나 연기력은 부족해도 괜찮다. 그 얼굴에 연기마저 잘하면 저 멀리 닿지 않는, 광고와 영화만 하는 ‘신비주의 연기자’ 영역으로 훌쩍 날아가 우리 곁에서 멀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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