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일본에서 ‘쇼조다이’(小女隊·소녀대)라는 이름의 3인조 걸그룹이 〈少女隊PHOON〉이라는 앨범으로 데뷔했다. 소녀대는 1980년대 초반 일본에서 결성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3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쇼넨다이’(小年隊·소년대)의 ‘걸그룹 버전’이었다. 국내에서 일본 대중문화가 금지됐던 당시, 일본의 ‘소년·소녀’들의 노래는 암암리에 녹음 테이프로 옮겨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소녀대는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누렸다. 계기가 있었다. 1988년 올림픽을 2년 앞두고 열린 ‘서울국제가요제’가 문화방송을 통해 방송됐는데, 참여 가수에 소녀대가 있었다. 일본 가수가 TV에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 더한 충격은 반짝이는 옷을 입고 춤추며 노래하던 소녀들의 발랄함이었다. 소녀대는 이후 88올림픽 비공식 주제가이자 이미지송이던 〈KOREA〉를 리메이크해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소녀대 효과’는 국내 가요계로 이어지면서 ‘한국판 소녀대’인 ‘세또래’를 탄생시켰다(‘한국판 소년대’는 ‘소방차’로 알려졌지만, 1987년 소방차 1집 앨범 재킷 사진과 그 전년에 발표한 소녀대의 앨범 재킷 사진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방차에게도 ‘소녀대 효과’가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88년에 데뷔한 세또래는 이희정·김정림·우윤아로 구성된 3인조 여성그룹이다. 모두 159cm의 키에 19살 동갑내기라서 세또래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들은 1집 수록곡 로 이름을 대중에 알렸다.
1980년대 일본에 소녀대가 있다면 2000년대 한국에는 ‘소녀시대’가 있다. ‘소녀시대’는 이승철이 어리다고 놀리지 말라며 부른 노래 의 제목에서 따왔지만, 소녀대를 기억하는 이들은 소녀시대에게서 소녀대의 그림자를 본다. 소녀대와 세또래의 업그레이드판인 소녀시대의 멤버 수는 ‘3×3’인 9명. 그만큼 팬도 늘어났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소녀시대의 무대는 소녀대나 세또래의 무대와 닮았다. 소녀대가 바다를 건너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처럼, 소녀시대 역시 일본에서 ‘한국의 걸그룹’으로 이름을 알려나가는 중이다. 좀처럼 서로를 보고 웃기 힘든 한국과 일본의 긴장감을 녹여주는 건 역시 소녀들밖에 없달까.
소녀대와 세또래, 소녀시대를 놓고 보면 여러 가지 수직이론의 법칙이 성립된다. 먼저 그룹 이름에 ‘소녀’가 들어가면 바다 건너 땅에서도 인기를 얻게 된다는 ‘소녀의 법칙’. 또 하나는 ‘윤아’라는 이름의 멤버를 가진 걸그룹은 반드시 인기를 얻는다는 ‘윤아의 법칙’. 세또래와 소녀시대에는 각각 우윤아와 임윤아가 있다. 가장 중요한 법칙은 동갑인 멤버가 3명 이상이면 성공한다는 ‘동갑의 법칙’이다. 소녀대의 초기 멤버인 미호·레이코·치코는 1969년생으로 동갑, 세또래의 멤버 3명 역시 1968년생 동갑이었다. 소녀시대의 멤버 역시 9명 중 6명이 1989년생이다. 어떤가,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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