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가 도는 그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담쟁이넝쿨이 벽을 타듯 그의 뒷목을 감싸며 흘러내렸다. 스탠딩 마이크를 옆으로 들고 “내일을 향해서라면 과거는 필요 없지 힘든 나의 일기도 내일을 향해서라면”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벌판을 달려가는 야생마의 말발굽 소리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완벽하다’고 할 만큼 전형적 미남 외모까지 더해져 그에게는 ‘테리우스’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1992년 최초의 ‘테리우스’ 신성우는 그렇게 탄생했다.
신성우는 1990년대 다른 가수들과는 달랐다. ‘느끼하고 촌스럽지만 잘생긴 로커’가 아니라 ‘세련되고 잘생기고 카리스마도 있는 로커’였다. 중앙대 조소과를 나왔다는 그의 프로필은 그에게 미술까지 잘하는 ‘예술가’ 이미지를 심어줬다. ‘새벽 1시에 헤드폰을 끼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 유일한 취미’라고 할 만큼 시크함도 갖췄다. 같은 옷을 입어도 그가 입으면 속된 말로 ‘간지’(느낌)가 났다. 식스팩도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작사·작곡까지 하는 ‘뮤지션’이다. 신성우는 작곡가 이근형·이근상 형제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을 해왔다. 나 , 처럼 큰 인기를 얻은 곡 외에도 신성우의 앨범에는 숨겨진 곡이 꽤 많다. 등이 그렇다. 1995년에는 ‘015B’의 장호일, ‘넥스트’의 이동규와 함께 ‘지니’라는 그룹을 결성해 등의 곡을 내놓았다. 그의 음악은, 음악적 욕심과 결과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음악보다 그의 얼굴이 먼저 보였고, 음악에 대한 그의 태도보다 여성팬들의 열광이 앞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2000년대 아이돌 그룹 멤버 중에서 ‘테리우스’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있다. ‘동방신기’ 멤버였고 지금은 ‘JYJ’ 멤버인 김재중이다. 신성우의 머리카락이 늘 목을 타고 내려왔던 것처럼 김재중의 머리카락은 늘 미간으로 흘러내린다. 머리카락 사이로 비친 그의 눈에는 설핏 눈물이 맺힌 것 같기도 하고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목소리는 다른 멤버들이나 다른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는 질감이 조금 다르다. 남성적 울림이 있달까. 그가 부른 ‘들국화’의 이나 임재범의 를 들어보면 발견할 수 있다.
이번주 아이돌 코드 수직이론은 숫자로 시작해보겠다. 신성우는 1968년 7월26일 태어났다. 김재중은 ‘68’을 뒤집은 1986년, 7월26일에서 정확히 6개월 전인 1월26일에 태어났다. 숫자 6과 8, 2를 공유하는 셈이다. 한 가지 더 있다. 신성우와 김재중 모두 충청남도에서 태어났다. 신성우는 충남 서산, 김재중은 충남 공주가 고향이다. 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서산과 공주는 ‘한 동네’나 다름없다. 우리 가요계의 ‘테리우스’는 이렇듯 대대로 충남에서 길러냈다. 충남에서 태어났으며 생일에 숫자 6과 8, 2가 있다면 먼저 머리카락을 길러라. ‘제3의 테리우스’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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