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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아주 평범한 사람들〉외

등록 2010-08-25 21:11 수정 2020-05-03 04:26
〈아주 평범한 사람들〉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 지음, 이진모 옮김, 책과함께(02-335-1982) 펴냄, 2만2천원
〈아주 평범한 사람들〉

〈아주 평범한 사람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유대인 집단 학살을 실제로 수행한 ‘101예비경찰대대’를 분석했다. 홀로코스트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미국의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은 이 책을 통해 홀로코스트가 나치에 세뇌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됐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101예비경찰대대에 대한 방대한 취조 기록과 증언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101예비경찰대대는 1942년 독일군의 후방 지원 임무를 띠고 폴란드에 투입돼 1943년까지 3만8천여 명의 폴란드 유대인을 학살하고 4만5천여 명을 수용소로 강제 이송했다. 101예비경찰대대의 구성원 대부분은 군 복무 경험조차 없었으며, 하층 계급 노동자 출신의 중년 남성들이었다. 그들은 정치·문화적으로 반나치 정서를 갖고 있던 사회계급 출신이었으나 몇 차례의 학살을 수행하면서 학살 임무에 익숙해졌고,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대대장은 폴란드에 도착한 뒤 “자신이 없는 대원은 빠져도 좋다”고 말했다. 임무를 회피할 기회가 열려 있었지만, 그들은 충격과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학살을 계속했다. 왜 그랬을까?

대원들은 동료나 상관에게 ‘사나이답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들에겐 무엇보다 ‘체면’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런 분석을 통해 학살이 무조건 강요되지 않았다는 점과 학살 가담자들이 특수한 환경의 지배를 받은 ‘평범한 사람들’임을 강조한다. 1992년 이 책이 처음 나온 뒤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지은이의 주장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독일인이 반유대주의를 내면화하고 있었으며, 학살 과정에서 증오심을 표출했다고 주장한다.


〈철학광장〉

〈철학광장〉

〈철학광장〉
김용석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19) 펴냄, 1만6천원

광장에 펼쳐진 대중문화로 철학을 말한다. 공연, 방송, 광고, 문자,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배어든 철학적 사유를 끄집어 내고 풀어낸다. ‘우드스톡 록페스티벌’, 미국 드라마 , 허영만의 , 브래드 버드의 등 대중문화에 관심이 없던 이들이라도 한 번쯤은 귀동냥해봤을 작품들을 소재 삼아 대중문화와 철학이 공유하는 깊이와 넓이를 탐색한다. 에 연재한 칼럼을 씨앗 삼아 수정 확장했다.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권혁태 지음, 교양인(02-2266-2776) 펴냄, 1만9800원

1990년대 후반 이후 우경화로 치우쳐가는 일본, 극우 지식인에게 환호하는 일본 좌익 학생들의 분열적 행보, 조선 식민지배와 난징 대학살의 역사를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사건에 묻어버리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가해자 심리. 전후 일본 사회를 꾸준히 연구해온 글쓴이는 ‘분열’ ‘트라우마’ ‘자기 기만’ ‘불안’이라는 네 가지 열쇳말을 통해 일본 사회의 내면을 해독한다.

〈설계자들〉

〈설계자들〉


〈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문학동네(031-955-2656) 펴냄, 1만2천원

소설에서 설계자는 남의 죽음을 구성하는 이들이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마치 설계란 없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처리해내는 암살 청부 집단이다. 주인공 래생, 경쟁자 한자, 그리고 설계로 아버지를 잃고 설계의 세계를 전복하려는 미토. 이야기는 칼을 쥔 자와 그 칼에 의해 사라지는 자들로 채워져 있다. 복잡하게 얽혀 서로에게 칼끝을 들이대는 이야기 속 인물들은 잔혹한 우리 인생의 한 면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알마(031-955-3564) 펴냄, 1만5천원

책은 인신매매와 인권, 노동력 착취를 이야기한다. 세계 곳곳에서 시든 꽃처럼 스러져가는 ‘일회용 사람’들의 생을 불편한 마음으로 촘촘히 들여다본다. 벽돌 가마에서 강제 노역하는 인도의 마야, 소년병이 되어 이유도 모른 채 총을 쏘아야 했던 우간다의 찰스…. 글쓴이 데이비드 뱃스톤은 2007년 미국에서 이 책을 처음 출간하면서 ‘낫 포 세일’(Not for Sale) 운동을 시작했다. 인권을, 사람을 더는 제멋대로 사고팔지 말자는 운동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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