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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천안함을 묻는다〉외

등록 2010-08-11 22:09 수정 2020-05-03 04:26
〈천안함을 묻는다〉
권혁철·김대호·김연철·김종대·박선원·서재정·신상철·이승헌·이태호·정세현·정현곤·최문순·황준호 지음, 강태호 엮음,창비(031-955-3358) 펴냄, 1만6천원
〈천안함을 묻는다〉

〈천안함을 묻는다〉

잘 기억해보자.

지난 3월26일 천안함이 가라앉았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군 주도로 민·군 합동조사단이 꾸려졌다. 5월15일 ‘1번 어뢰’를 건져냈다. 닷새 뒤인 5월20일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군이 제대로 대처했는지 감사를 벌였다. 역시 ‘중간’ 발표를 했다.

최종 결론을 내린 적이 없는데, 이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이미 결론이 나 있다.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활동은 흐지부지됐다. 국방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의원이나 이들에게 권한을 위임한 시민은, 조사단에 참여한 외국 정부가 수백 쪽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받아 검토하는 동안 달랑 7쬭의 보도자료밖에 구경하지 못했다. 그리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국가보안법이나 형법(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합조단의 결론은 과학의 영역을 떠나,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정치가 돼버렸다.

는 묻는다.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을 천안함 문제에 대입할 경우, ‘천안함을’ 말고는 어느 한 가지라도 ‘사실’로 특정할 수 있느냐고.

지난 몇 개월 동안 주요 논쟁에 이름을 올린 과학자와 국방·외교 전문가, 언론인이 천안함 사고의 의문과 쟁점을 집대성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합조단의 ‘결정적 증거’에 ‘결정적 의문’을 제기해온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와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선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신상철 대표, 국방·외교·남북관계 전문가인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종대 편집장 등 14명이 천안함을 묻는 과정에 동참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최문순 의원,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과 엮은이인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가 함께한 좌담 ‘천안함 사건의 출구와 해법’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전제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목표 아래 그동안의 외교안보 정책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마무리짓는다.

〈누가 무장단체를 만드는가〉

〈누가 무장단체를 만드는가〉

〈누가 무장단체를 만드는가〉
클라우스 슐리히테 지음, 이유경 옮김, 현암사(02-365-5051) 펴냄, 1만8천원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지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존재해온 80개 전·현 무장단체를 조사하고 분석한 ‘무장단체의 정치·사회학적 보고서’다. 헤즈볼라, 하마스, 탈레반, 코소보해방군, 타밀호랑이 등 무장단체가 왜 생겨나고, 어떻게 폭력을 정당화하며, 지역 경제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등을 분석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무장단체의 정치학은 혼란기에 정치질서를 폭력적으로 다시 형성하는 과정이다. 때론 무장단체가 제도화돼 국가 재건에 일정 역할을 맡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
데이비드 하비 지음, 임동근·박훈태·박준 옮김, 문화과학사(02-335-0461) 펴냄, 1만7천원

좌파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의 강연과 에세이를 모았다. 하비는 이 책에서 많은 이들이 신자유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며 그것이 성공적이었다고 믿는 이유를 탐색한다. 그에 따르면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이유는 지리적 불균등 발전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지배 엘리트의 계급권력이 복원됐다는 것이다. 이런 ‘강탈에 의한 축적’이 진행되고 있으나, 한편으로 세계정의를 위한 시민운동 역시 많은 것을 해왔다고 하비는 말한다.

〈모던/포스트모던〉

〈모던/포스트모던〉

〈모던/포스트모던〉
페터 V. 지마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02-338-7224) 펴냄, 2만원

근대,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차이와 관계를 꼼꼼하게 분석한 이론서. 지은이는 동구권에서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이론과 문학작품을 두루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세계관이나 이데올로기, 가치체계, 미학 등으로 이해될 수 없다. 지은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문제 상황으로 파악하고, 그 속에서 다수의 개인과 집단이 얼마나 다양하고 모순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망루〉

〈망루〉

〈망루〉
주원규 지음, 문학의문학(031-955-4946) 펴냄, 1만1천원

가볍게 읽을 이야기는 아니다. 소설은 자꾸만 지난해 서울 용산의 참혹함을 떠오르게 한다. 액자소설의 틀을 가진 이야기는 두 갈래로 전개된다. 재개발 지역 철거민의 생존 투쟁과 교회 권력의 비뚤어진 욕망을 비추는 것으로. 묵직한 주제는 소설의 첫부분부터 압도하는 긴장감으로 드러난다. 긴장은 가진 자와 종교 권력을 정면으로, 그리고 치밀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생존을 위해 망루에 오르는 자, 검은 욕망을 숨긴 채 믿음을 설파하는 자 모두 부조리하다. 이 부조리가 책 속에만 꼭꼭 숨어 있는 게 아니라 현실과 자꾸만 겹쳐 마음이 무겁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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