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모건·로베르타 소니노 지음, 엄은희·추선영·허남혁 옮김, 이후(02-3141-9640) 펴냄, 1만8천원
지은이 케빈 모건과 로베르타 소니노는 영국 카디프대학에서 학교 급식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조리사, 급식 공급자, 공무원, 식재료 구매자와 공급자, 교사, 학부모, 정치인 등 모든 학교 급식 개혁가들에게 바치는” 이 책은 학교 급식의 정책적 문제부터 구체적인 개혁 방안까지 자세하게 논하고 있다.
학교 급식을 사적인 문제로 볼 것인가, 지자체나 정부의 사회적 의무로 볼 것인가. 학교 급식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바로 이 문제다. 많은 나라의 지자체와 정부들이 학교 급식을 복지가 아니라 상업 서비스로 취급한다. 이런 지자체와 정부는 학교 급식에 대한 투자가 시민 건강과 복지에 대한 투자라는 점을 알면서도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지은이들은 비판한다.
지은이들은 뉴욕·로마·런던의 사례를 통해 급식 정책의 문제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뉴욕의 학교들은 패스트푸드를 차단하고 좋은 음식을 권하는 게 아니라 패스트푸드를 ‘변장’시켜 학생 식당으로 가져온다. 급식 정책이 실패한 런던에서는 아이들의 비만도가 심각해지고 있다. 제이미 올리버라는 영국 요리사가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신선하고 몸에 좋은 학교 급식의 전도사로 나섰지만, 런던의 형편없는 급식 메뉴는 아직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반면 로마의 학교들은 내동 채소를 쓰지 않고 제철 식품과 과일로 아이들이 영양의 균형을 잡게 도와준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가 크게 달라진다.
지은이들은 급식 계약에 명시된 품질 기준, 급식의 보조금 비율, 초등학교의 일주일 식단표, 유기농 식단의 예 등 전세계 학교 급식 현황을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도 책에 담았다.
로맹 가리 지음, 이주희 옮김, 문학동네(031-955-2657) 펴냄, 1만3천원
쿠쟁은 파리에 사는 37살 독신남이다. 그는 소심하고 남들과 조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외로운 남자다. 그래서 자신의 우울함을 달래줄 친구를 찾았다. 긴 몸으로 자신을 칭칭 감아주는 비단뱀에게 쿠쟁은 ‘그로칼랭’(열렬한 포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비단뱀과 함께하는 도시 생활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그로칼랭도, 자신도 남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동물임을 알게 된 쿠쟁은 점점 더 비정상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간다. 은 자신의 작품이 ‘문학적’으로만 평가받기를 원해 아무도 몰래 또 다른 필명으로 활동한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보인 작품이다.
〈메이드 인 베트남〉
카롤린 필립스 지음, 정지현 옮김, 검둥소(02-3142-6772) 펴냄, 9500원
14살 란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다. 란은 미국과 유럽에 운동화를 수출하는 공장에서 일한다. 환기도 잘 안 되는 곳에서 야근을 밥 먹듯 하다 보니 두통과 구역질에 시달린다. 소설은 꿈을 빼앗긴 채 노동력마저 착취당하고 있는 어리고 고운 영혼들의 처참한 일상을 말한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그 환경이 우리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성찰하게 한다. 또한 아동 노동자 인권 문제와 함께 전쟁과 자본주의, 세계화가 베트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조금씩 조각을 내비친다.
박찬승 지음, 돌베개(031-955-5020) 펴냄, 1만7천원
한국전쟁에서 군인 사망자는 약 44만 명, 민간인 사망자는 약 65만 명이다. 유례없이 민간인 사망이 많은 것은 마을에서 벌어진 좌우익 간의 민간인 학살 때문이다. 전쟁 전 좌우익의 충돌, 인민군이 들어온 뒤의 학살, 인민군 철수 때의 학살, 수복 뒤 보복, 입산자의 사상 등이 많은 마을에서 공통적으로 전개됐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었다. 마을 주민들의 구술 증언을 바탕으로 한국전쟁을 미시적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세계 여성 속담 사전〉
미네케 스히퍼 지음, 한창호 옮김, 북스코프(02-6366-0513) 펴냄, 3만8천원
여성의 몸·사랑·성·일·권력에 대한 여러 문화의 가치관을 확인하겠다면 이 책을 펼치면 된다. 저자가 150개국 이상에서 수집한 1만5천여 개의 여성 관련 속담에는 여성이 처한 현실, 남성이 보는 여성, 여성 자신의 여성관, 여성 문제, 이와 결부한 남성 문제, 여성에 대한 편견 혹은 지혜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대체로 여성에 부정적 관점을 담은 속담이 많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음과 동시에 서글프다. 이를테면 이런 속담들. 좋은 여자는 머리 없이도 잘 지낸다, 네덜란드 속담. 여자는 징처럼 규칙적으로 맞아야 한다, 이건 미국 속담.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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