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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허세욱 평전〉외

등록 2010-05-13 14:30 수정 2020-05-03 04:26
〈허세욱 평전〉 송기역 지음, 삶이보이는창(02-848-3097) 펴냄, 1만2천원
〈나를 낮추면 다 즐거워〉 오시은 지음, 이윤엽 그림, 우리교육(02-3142-6770) 펴냄, 8500원
〈나는 공산주의자다〉1·2권 허영철 원작, 박건웅 그림, 보리(031-955-3535) 펴냄, 1권 1만1천원·2권 1만2천원
〈허세욱 평전〉, 〈나를 낮추면 다 즐거워〉, 〈나는 공산주의자다〉 1·2권

〈허세욱 평전〉, 〈나를 낮추면 다 즐거워〉, 〈나는 공산주의자다〉 1·2권

‘고집쟁이’ 인물들을 되새기는 한 주였다. 허세욱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며 분신한 노동자고, 조화순은 노동자로 산 목사다. 허영철은 37년을 감옥에서 보낸 공산주의자다. 노동절이 이들을 다시 불러온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허세욱은 경기 안성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에 올라와 온갖 배달일을 하다가 택시운전사가 되었다. 봉천6동에 살다가 철거 문제를 겪으며 사회적 모순을 깨달았고 2002~2006년에 가장 많이 촛불을 든 사람이 되었다. 은 산화한 뒤 언론의 주목을 잠깐 받고는 다시 잊힌 허세욱의 내면을 비춘다. 그는 캔음료, 사탕, 껌 등을 항상 들고 다닌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는 공부하는 운동가였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그를 가리켜 투쟁이 배움으로 이끌고 배움이 다시 더 넓은 투쟁의 현장으로 이끈 “유기적 지식인”이라고 칭한다. 그가 3년 전 유서에 남긴 말이 새삼 또렷해진다. “모금은 하지 말아주세요. 전부 비정규직이니까.”

는 조화순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어린이책이다. 조화순 목사는 교사 생활을 하다가 신학대학을 나와 한국의 아홉째 여성 목사가 되었다. 1966년부터는 인천선교회에서 일하면서 공장에 들어가 스스로 노동자가 되었다. 1972년 동일방직에서 최초로 여성 위원장과 전원 여성 간부로 구성된 노동조합을 탄생시켰다. 조화순 목사는 현재 산자락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는 전향을 거부한 공산주의자 허영철의 일대기다. 감옥을 나온 뒤부터의 일생을 되짚어 박건웅이 만화로 그렸다. 오랜 세월 감옥에서 지내다 나왔기에 전화를 걸 줄도 모르는 허영철에게 득달같이 달려온 경찰관은 묻는다. “남이 좋습니까 북이 좋습니까.” 그 뒤로도 오랫동안 감시 속에서 같은 질문은 계속된다. 그는 답한다. “나를 37년이나 징역살이를 시키고 나와서도 15년이나 감시를 해대는데 어떤 창자 빠진 놈이 여기를 살기 좋은 데라고 하겠느냐!” 허영철은 일본에서 탄광 노동을 하며 사회주의를 접하고, 1954년 대남공작원으로 남파되었다가 1년 만에 붙들린 ‘오리지널’ 빨갱이다. 역사학자 한홍구는 말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이 주는 불편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쿠바식으로 산다〉

〈쿠바식으로 산다〉

〈쿠바식으로 산다〉
헨리 루이스 테일러 지음, 정진상 옮김, 삼천리(02-711-1197) 펴냄, 1만6천원

1989년 소련 해체 이후 쿠바는 국제무역의 75%를 잃었다. 국민총생산은 3분의 1이 줄었다. 그러나 소련이나 동유럽을 따라 해체될 것처럼 보였던 쿠바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하다. 위기를 넘긴 근본 원인은 이웃공동체(바리오)다. 1959년 혁명은 정치체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변화를 일으켰다. 무상급식·무상의료로 대표되는 ‘쿠바식 삶’은 풍부한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고도로 조직적이다.


〈짜장면 더 주세요〉

〈짜장면 더 주세요〉

〈짜장면 더 주세요〉
이혜란 지음·그림, 사계절(031-955-8588) 펴냄, 9800원

중국집 딸의 눈을 통해 중국집 요리사의 하루를 따라간다. 새벽시장에 나가 재료를 골라온다. 장 본 채소와 해산물이 두 페이지에 펼쳐진다. 기름을 만드는 비계는 하얗고 탱탱한 것이 좋고, 양배추는 꼭지가 싱싱한 것이 좋다. 부엌도 한눈에 보도록 펼쳐진다. 우동팬과 기름요리팬이 선반에 놓였고, 나무를 통째로 자른 도마와 칼이 한쪽에 있다. 책은 직업별로 일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그림책 시리즈 ‘일과 사람’의 첫째권 ‘중국집 요리사’ 편이다. 우편집배원 편인 와 함께 나왔다.


〈생체모방〉

〈생체모방〉

〈생체모방〉
재닌 M. 베니어스 지음, 최돈찬·이명희 옮김, 시스테마(02-790-4150) 펴냄, 2만2천원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휴대전화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점점 나아진다. 수없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탈 없이 잘 굴러가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상품’은 자연이다. 자연의 모든 에너지는 햇빛에서 나온다. 이 에너지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인간이 고온·고압으로 생산하는 화학제품을 자연은 온화한 방법으로 만들어낸다. 이런 자연의 지혜를 과학기술이 흉내 내려는 것이 ‘생체모방’이다.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김성호 지음, 지성사(02-335-5494) 펴냄, 2만8천원

딱따구리 둥지에 어느 날 동고비가 깃들었다. 청소를 하고 둥지를 리모델링하고 알을 낳아 품었다. 알에서 깨어난 8남매를 위해 부모 새는 하루 평균 240회나 먹이를 날랐다. 80일이 되자 8남매는 하나씩 둥지를 떠났다. 동고비의 둥지는 저자가 재직한 학교의 산책로를 따라 3.2km 걸어가면 있다. 저자는 80일을 매일같이 그 길을 걸어가 사진으로 기록하고 관찰일기를 썼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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