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031-955-8888) 펴냄, 1만3천원
“걷는 것은 넘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우리 몸의 생명은 죽지 않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유지된다. 삶은 연기된 죽음에 불과하다.”(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처럼 저자 데이비드 실즈는 회의주의자다. 쇼펜하우어의 금언은 내내 지속된다. 어떤 순간에든지 죽음을 떠올리며 글을 유지한다. 그는 태어난 아기에게서부터 죽음을 감지한다. 딸 내털리가 태어났을 때는 “앞으로는 절대로 사소하거나 멍청하거나 이기적인 생각을 하지 않겠노라 맹세”하지만, 곧 에드워드 영의 “태어난 순간 죽음은 시작된다”를 떠올린다.
죽음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순간은 생명이 가장 탄탄하게 튀어오를 때다. 데이비드 실즈는 그래서 유미주의자다. 어둠 속에 쏜 농구공이 골대를 향해 포물선을 그릴 때 찌릿해지는 ‘득점’의 감각(시도 때도 없이 슈팅 연습을 한 결과였다), 요구르트 두 개를 먹으면서 훌라후프 두 개를 돌리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9살 소녀가 뿜어내는 우아함… 죽음과 삶은 꼭 맞물려 길항한다.
저자는 생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을 개인적으로 되새긴다. 몇 살이 이상적인 나이인가에 대해선, “어떤 나이에 머물러 영원히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몇 살이기를 택하겠는가?”라는 설문조사 결과(18~24살은 27살, 25~29살은 31살을 꼽는 등 나이가 들수록 이상적인 나이는 높아진다)도 있고, 지능지수는 18살에서 25살 사이에 가장 높다는 생물학적 통계도 있지만, 어떻게 개인적 경험에 빗댈 수 있으랴. “내가 31세일 때, 어느 서점의 여자 화장실 칸 안에 ‘데이비드 실즈는 훌륭한 작가에다 멋진 남자야’라는 낙서가 있더라는 말을 들은 순간”이 그에게 가장 이상적인 나이였다. 데이비드 실즈는 통계를 끌어들여 개인을 부각시키는 개인주의자다.
가슴을 두드리는 금언이 많은데 하나 더 소개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말이다. “우리가 여기 살아남은 것은 운석이 지구를 덮쳐서 공룡을 멸종시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차원적인 대답을 갈구하지만, 사실 그런 답은 없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히로세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02-3142-1012) 펴냄, 2만5천원
반핵평화운동가인 저자가 ‘숨겨진 이권 다툼과 투기 비즈니스’를 고발한 책이다. 저자는 거대 재벌과 그에 기생한 투기꾼 일당의 지난 100여 년간 행적을 역사적으로 추리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JP모건과 록펠러로 대표되는 미국의 독점 재벌이다. 코넌 도일의 소설 로 시작해 할리우드 영화를 배치하며 논픽션의 ‘구성’에 생동감을 더한다.
조승래 지음, 도서출판 길(02-595-3153) 펴냄, 2만2천원
인간이 공화국 안에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공화주의론자들은 이에 대해 특정한 형태의 정부 아래에 산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형태의 삶을 살아야 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폴리스적 동물’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다. 공적인 일에 참여하고 공익을 실현함으로써 자기를 실현하는 삶이다. 전체주의와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의 병리 현상을 겪은 뒤 새롭게 주목받는 공화주의에 대한 해설서.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기획, 책세상(02-3273-1333) 펴냄, 1만5천원
정부는 유달리 소통을 강조하는 조직을 많이 만들었다. 국민소통비서관, 국민소통위원회, 사회통합위원회…. 이는 우리 사회의 불통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지면에서 2009년 7월부터 9월까지 실린 ‘분열하고 막힌 한국, 소통합시다’ 시리즈를 묶었다. 취재·분석 기사 외에 지식인 논객 1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고, 불통할 듯한 이들이 소통하는 대담을 마련했다. 공병호-김상조, 전원책-조승수, 김호기-손호철, 하승창-홍진표, 노회찬-정두언, 윤창현-이상돈이 마주 앉았다.
김창규 외 25인 지음, 소복이 그림, 도서출판 느티나무아래(070-8251-2921) 펴냄, 1만4500원
책 제목과 같은 주제로 원고를 공모해 엮었다. 정치인은 누구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인에게 말할 기회가 없는 세상에서 ‘시민 대중이 직접 발언하게 하자’는 것이 기획 의도다. 으뜸상을 수상한 김창규는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30대 나이의 대통령이 탄생하는 일을 가상했다. 김현준은 5억원 이상 자산가의 출마 금지를, ‘낮은 표현’은 노동 가치를 비하하는 법은 만들 수 없다는 헌법 조항 신설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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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