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비행물체(UFO)를 타고 상공에서 일본의 욕망을 내려다본 한국판(이하 )이 이번엔 직접 열도에 착륙했다. ‘일본의 야누스’, 8월호 기획이다. 오늘의 일본이 겪고 있는 욕구불만의 원인과 출구 전략을 편견 없이 짚었다. 미군을 등에 업은 일본의 군사적 야망 뒤엔 경제대국에 걸맞은 대접을 못 받는 정치적 자괴감이 깔려 있다. 그 억압된 욕망의 비상구는 ‘망가’(만화)로 상징되는 일본의 대중문화였다. 유럽과 미국 등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한 망가를 통해 일본 정부는 취약한 외교력을 만회하려고 한다. ‘정치 소국’이라는 열패감에 시달리는 일본이 새로운 ‘무기’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는 정대세를 출전시켰다. 한국 국적의 북한 축구대표 선수이면서 재일동포 3세인 정대세가 남북한과 일본을 아우르는 대중문화의 가교가 될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그 복합적 정체성이 문화적으로 공존하려면 ‘재일동포의 일본 지방참정권 부여’ 같은 정치적 현안들과 밀접한 교감을 나눠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히말라야 등정 부추기는 상업 언론
‘사회적 경제’ 등 자본주의 대안에 천착해온 는 8월호에서 ‘탈성장’이란 화두를 던졌다. ‘747’ 공약이 상징하듯 국민소득이나 성장률의 수치에 일희일비하는 한국의 성장론자들에게 ‘탈성장’은 사전에 없는 단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마이너스 성장’마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여기서 제기한 탈성장론은 경제위기로 인한 수동적인 탈성장이 아니다. 생산 지상주의와 기술 진보에 대한 맹신을 이참에 돌아보고 새로운 방식으로 인류의 진보를 모색해보자는 뜻이다. 탈성장 옹호론자들은 “건전한 경제에서는 대형마트가 사라지고 동네 상점과 재래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며 지역 특산물이 공산품을 대체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진보적 담론이 그렇듯 탈성장주의 역시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하지 못한다. ‘더 적은 재화, 더 많은 유대’라는 구호만으로는 “빈곤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그래서 ‘좋은 재화의 무료 공급과 나쁜 재화의 공급 금지’라는 정치적 고려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성장주의에 대한 성찰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인터뷰에서 비판한 (저성장 시대의) ‘MB 자전거론’과 맥락을 같이한다. “길은 이미 내리막으로 접어들었는데 관성적으로 페달을 급하게 밟는 자전거는 넘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MB 자전거의 두 바퀴를 ‘토건’과 ‘수출’로 지목했다.
이번호엔 소재와 형식 면에서 이색적인 기사들이 많다. 먼저 ‘히말라야’ 기사는 아프다. 히말라야 최고봉 탐험 200년 역사에 스며든 정복 이데올로기와 상업적 애국주의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특히 여성 산악인들의 ‘8천m급 14좌’ 완등 경쟁에 열광하는 언론과 스폰서들이 ‘정상 지상주의’(등정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서 우리는 얼마 전 빚어진 낭가파르바트의 비극을 떠올리게 된다.
신안1리 이장 “내가 대통령이라면”기자가 뛰어든 세상 ‘전투경찰 훈련소 체험기’는 단박에 시선을 당긴다. 매일 죽음의 위협과 싸우며 동시에 자주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는 브라질 전경을 뽑는 시험에 응시해 무려 7개월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았단다. 이 무모한 기자의 르포는 “경찰의 폭력이 어떤 훈련 과정과 이데올로기를 통해 재생산되는지 내부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기사는 풍자적인 글들이 주류다. 충남 조치원 신안1리 이장은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글에서 15가지 ‘공약’을 제시했는데 꼭 누구의 정책과 반대다. 그 ‘이장님’인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절망적 상황일수록 이런 행복한 상상을 온 국민이 릴레이 운동으로 펼친다면 꿈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장문석 영남대 교수는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와 파시즘의 정략적 연애의 파탄 과정을 통해 독재시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의 작가 문순태는 요놈의 징그러운 시대에 지친 독자들을 위해 ‘생오지’에서 뜸부기의 희망 소리를 전해왔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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