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30대 한국인이라면 태어난 이후 줄곧, 40~50대일지라도 철들면서 세상 일을 나름대로 고민하기 시작한 이래 변함없이 대면해온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1960년대 초에 경제개발이 본격화했지만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 이후, 말하자면 사람들이 한국형 압축성장의 성과를 구가해온 지난 30여 년의 세월 동안 우리에게 물과 공기처럼 자연스러웠다고도 할 수 있는 세계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 세계란 시장만능 자본주의라고도 하고 신자유주의 체제라고도 한다. 지난해 9월의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등 월스트리트를 덮친 미국발 금융위기와 최근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간 GM의 붕괴, 그리고 전세계 동시 불황을 통해 한 시대의 종말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 됐다. 한국 주류사회가 오래 예찬해온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미국 공화당 ‘30년 보수혁명’의 영광은 이제 끝났다. 버락 오바마의 등장은 역사적으로 그 마침표를 찍은 사건일 수 있다. 따라서 거기에 기대어온 우리의 일상적 삶도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에서 책·출판 분야를 담당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읽고 독자에게 소개해온 책들도 결국 그런 문제의식과 깊이 연관됐다. 지금 그 목록들을 일별해봐도 확연하다. 신자유주의적 삶의 붕괴 실태를 확인하고, 그 메커니즘과 실패 원인을 파헤치며, 반성적 성찰과 더불어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나라 안팎을 불문하고 정치·경제·철학·역사·미디어·환경 등 다방면에 걸쳐 진행돼왔고 특히 지난해 금융공황 이래 더욱 다급해졌다. 소개한 책들 중 몇 권은 기자가 개인적으로 미처 제대로 읽지도, 직접 서평을 쓰지도 못했지만 모두 그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나름 성공한 과거의 그늘 때문인지 한국 사회의 주류는 아직도 지난 시절의 관행에 향수를 느끼며 변화에 날렵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 이 책들이 근본적 성찰과 전환을 위한 좋은 재료가 되지 않을까.
한승동 한겨레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윤석열, 4·10 총선 전 국방장관·국정원장에 “조만간 계엄”
계엄의 밤, 사라진 이장우 대전시장의 11시간…“집사람과 밤새워”
[단독] ‘육사 카르텔’이 장악한 정보사, 지휘관 따돌리고 내란 주도
‘내란의 밤’ 4시간 전…그들은 휴가까지 내서 판교에 모였다
[단독] 비상계엄 전날, 군 정보 분야 현역·OB 장성 만찬…문상호도 참석
“안귀령의 강철 같은 빛”…BBC가 꼽은 ‘올해의 이 순간’
‘28시간 경찰 차벽’ 뚫은 트랙터 시위, 시민 1만명 마중 나왔다
공조본, 윤석열 개인폰 통화내역 확보…‘내란의 밤’ 선명해지나
조진웅 “내란수괴가 판칠 뻔… 진정한 영웅은 국민들”
롯데리아 내란 모의…세계가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