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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남자 구두에는 왜 구멍이 뚫렸나요?

등록 2009-05-19 08:39 수정 2020-05-02 19:25
남자 구두에는 왜 구멍이 뚫렸나요?

남자 구두에는 왜 구멍이 뚫렸나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여성입니다. 지하철에 앉아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보다가 궁금증이 생겨 묻습니다. 신사용 구두에는 작은 구멍이 참 많이 뚫려 있던데, 왜 그런 건가요? 구멍이 무늬 형태로 뚫려 있기도 하고, 여하튼 구멍이 참 많더군요. 여자 구두와 달리 남자 구두에 이렇게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는 이유, 사소한 궁금증이지만 속 시원하게 풀어주셨으면 합니다.^^

→사실은 구멍이 아니죠. 생각해보세요. 구멍 뚫린 신사화, 비 오는 날 어떻게 신겠습니까. 욕실용 슬리퍼도 아니고…. 정확하게는 뚫다 만 구멍 형태지요. 어쨌거나 말이 길어지니 그냥 구멍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 구멍은 멋으로 뚫은 겁니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갑니다. 여성 구두에 비해 남성 구두는 디자인 측면에서 변화를 줄 여지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여성 구두에는 리본이나 꽃, 각종 금속 장식 등을 얹어 멋을 내기가 쉽지만, 남성 구두는 그렇지 않습니다. 리본이나 꽃이 달린 남성 신사화를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혹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세단이나 스포츠카 보닛 앞에 달린 재규어나 독수리, 말 등을 구두 앞코에 붙일 수도 없잖습니까? 그렇다고 구두 가죽 색깔과는 다른 빛의 염료로 멋을 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에스콰이아 상품기획실 주창언 과장의 말입니다. “패션 분야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보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샌들을 봐도 남성용은 다 비슷한 반면, 여성 것은 훨씬 다양하지요. 정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용 정장 디자인은 수십 가지 이상이지만 남성용은 버튼 수나 칼라의 길이 정도가 다를 뿐이지요.” 이제 이해가 되시지요?

그래서 남성 구두는 미세한 구멍을 조합해 이러저러한 무늬를 만든다고 합니다. 또 있습니다. 바늘땀으로 구두 앞부분에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바늘땀의 크기, 실의 색깔 등을 활용하면 제법 아기자기한 변형을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정도가 그나마 획일적인 남성 구두 양산을 막는 장치로 주로 활용됩니다. 이 밖에 가죽 혹은 밑창 재료 등으로도 자잘한 변화가 가능합니다.

남성 구두의 90%는 소가죽으로 만드는데 뱀·악어·장어·타조·노루·말·산양·염소 가죽도 구두 재료로 쓴다네요. 다 큰 소 한 마리의 가죽으로 남성 구두 16켤레 정도를 만들 수 있답니다. 악어 한 마리로는 몇 켤레나 만들 수 있을까요? 1∼3켤레랍니다. 영화 에 나오는 거대한 악어를 상상하셨다면, 틀렸습니다. 카이만이라고 부르는 작은 악어 종류의 어린 놈들을 쓴답니다. 장어는 35마리 정도는 잡아야 구두 1켤레가 나온다는 게 금강제화 마케팅실 이현정씨의 설명입니다.

그럼, 두껍지도 않은 가죽 위에 반쯤 막힌 그 구멍은 어떻게 뚫을까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하, 그렇군요? 얇은 가죽에 구멍을 뻥 뚫은 뒤 같은 가죽을 아랫부분에 덧대 구멍을 막는다는군요. 그럼 반쯤 막힌 형태의 구멍이 완성되지요.

자, 정리 들어갑니다. 남성 구두의 코에 뚫린 구멍은 결국 남성을 향한 외부 시선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텍스트로 볼 수 있겠습니다. 획일적으로 회사원들의 목을 꽉 움켜쥐고 있는 넥타이가 회사의 조직체계에 사로잡힌 정신노동자를 상징하듯 말이죠.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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