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떠도는 오프더레코드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이 ‘열애설’이다. ‘누가 누구랑 사귄다더라’ ‘누가 누구랑 잤다더라’ 하는 식의 ‘카더라 통신’은 술자리 안주로 입에 오르내리며 확대되고 기정사실화된다. 이 중 몇몇은 사실로 확인되기도 하고, 또 몇몇은 당사자들이 발끈하며, 대부분은 영원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송윤아와 설경구의 ‘열애설’은 영원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것 중 하나였다. 고백하자면, 방송가 언저리에 있는 탓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워들은 나 또한 몇 년 전부터 ‘둘이 사귄대. 설경구가 그래서 별거 중인 거래’라는 식으로 지껄여왔지만, 두 사람의 결혼 발표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동안 무성했던 뒷소문을 당사자들이 모를 리 없을 텐데, 따가운 시선 속에 결혼 발표를 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 했을까. 기자회견장에서 연방 “죄송합니다”라고 한 설경구와 눈물을 보인 송윤아. ‘뒷담화’의 대상이었던 둘의 사랑이 만천하에 공개됐을 때 그간의 마음고생이 짐작돼 안쓰러웠던 건 나뿐일까.
역시나 둘의 결혼 발표 뒤 누리꾼의 반응과 일부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행태는 또 한 번 실망스러웠다. 설경구 전 부인의 언니가 썼다는 글에서 촉발된 ‘불륜’ 논쟁은 ‘송윤아 결혼 반대 서명 운동’으로 이어졌고, 일부 블로거는 설경구에게 해명을 하라고 닦달했다. 방송에서는 ‘카더라 통신’이 모두 진실이었다는 식으로 몰아가며 또 다른 ‘건수’를 잡으려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상관인가. 뻔한 이야기지만 연예인도 사람이고 사랑할 권리가 있다. 물론 드라마 에서처럼 연예인이 연애와 결혼을 위장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음모론’을 좋아하고, 연예인의 숙명이 사생활까지 대중과 공유해야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삶을 결정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
를 비롯해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그들의 사생활까지 집요하게 파고들려는 언론이나 대중이 하나의 ‘악’처럼 그려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묘사에 수긍하며 주인공의 고충에 감정을 이입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연예인을 이해하긴커녕 드라마 속 설정 그대로 ‘악’으로 그려진 언론이나 대중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간다.
연예인들의 사랑 중에 떳떳하지 못하거나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네 삶이라고 안 그런가? 그들의 삶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그저 술자리 안주 삼는 데서 그치면 안 되나? 이 사회의 안녕을 위협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두자. 방송가에 수없이 떠도는 ‘열애설’이 오프더레코드인 이유는 진실 확인이 안 되어서도, 명예훼손이 무서워서도 아니고, 단지 ‘보도할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피소현 블로거·mad4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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