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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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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원짜리 드라마의 진화

등록 2009-10-15 17:20 수정 2020-05-03 04:25

3주 전 이 칼럼에 “우리(시청자)가 언제 200억, 300억원짜리 드라마 보고 싶댔니”라고 썼더니, 한 친구가 “공짜로 비싼 거 보면서 뭐가 그렇게 불만이니”라며 놀린다. 실은 공짜로 비싼 거 보는 거 너~무 좋다. 그런데 비싼 거 1년에 딱 한 편 본 대가로 허구한 날 싼티 풀풀 나는 막장 드라마를 참아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해서 그런다.

〈아이리스〉

〈아이리스〉

200억, 300억원짜리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아도 수익이 나기 어렵다. 한 드라마 제작사가 200억원을 들여 20회 분량의 드라마를 만든다 치자. 회당 제작비가 10억원이다. 드라마의 1차 수익은 광고인데, 70분짜리 드라마의 회당 광고 수익은 3억원을 넘기 힘들다. 시청률 40%를 자랑하는 은 28편의 광고를 모두 팔았는데 회당 광고 수익이 5억원을 조금 넘는다. 방송사도 이문을 남겨야 하니, 광고 수익을 제작사에 몽땅 제작비로 내줄 수는 없다. 제작 규모와 시청률에 따라 천양지차지만, 방송사가 제작사에 지급하는 제작비가 회당 2억원 이상인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제작사는 나머지 8억원을 무엇으로 벌어들이고 수익까지 내어 다음 ‘대박’ 드라마를 기약한단 말인가.

기업 협찬과 간접광고(PPL), 드라마 주제곡 음반(OST) 판매에도 열과 성을 다해야겠으나 무엇보다 해외 판매가 관건이다. 회당 제작비 최고 기록 보유작인 를 비롯해 이른바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은 제작비의 50% 이상을 해외 판매로 벌어들일 요량으로 기획·제작됐다. 특히 드라마 DVD 판매가 활발한 일본에 기대가 컸다. ‘욘사마 팬들의 절반만 DVD를 한 세트씩 산다 해도 대박’이라는 식의, 비교적 설득력 있는 목표를 세웠지만 를 비롯해 결과는 참담했다. 대형 드라마가 제작사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상황이 반복되자 드라마판에서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점차 사라졌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10월14일 첫 방송을 앞둔 200억원짜리 드라마 가 공짜로 비싼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려니 여겼던 건 이런 맥락이다. 그런데 웬만한 영화의 주연급 배우가 조연으로 나오고 해외 올로케이션에 빛나는 이 드라마는, 규모에서만 “기존 드라마를 뛰어넘는” 것이 아니다. 는 기존 대형 드라마 수익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익선 다변화’를 꿈꾼다. 우선 드라마 와 영화 가 동시에 제작된다. 쪽 관계자는 “200억원의 드라마 제작비 속에는 영화 캐스팅 비용과 촬영 비용이 포함된 셈”이라고 했다. 여기에 만화가 이현세씨가 가세해 드라마를 뼈대로 한 만화도 출간한다. 는 드라마에서 출발해 영화, 만화, 콘서트 등 다양한 콘텐츠 장르로 변주돼 각기 다른 시장과 구매층을 공략함으로써 ‘초대형 드라마=쪽박’이라는 공식을 깨려 한다. 의 실험이 성공할까? 문제는 역시, 시청률이다.

이미경 블로거·mad4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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