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신라 여인 미실이 1500년의 시간을 건너 우리 곁에 왔다. 드라마 에서 배우 고현정(왼쪽 사진)의 몸을 빌려 환생한 미실은, 2005년 출간된 소설 을 다시금 세상에 불러냈다. 출간 당시 “우리 문학에서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여성상을 그렸다”는 호평 속에 2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소설 이, 드라마 속 미실의 부름을 받아 또다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소설 속 미실과 드라마 속 미실은 닮은 듯 다르다. 의 작가 김별아씨는 필사본을 기초로, 진흥왕의 정부이자 진지왕·진평왕 등과도 사통한 ‘색공지신’(색으로 왕에게 충성하는 신하) 미실의 열정적이고 분방한 삶을 그렸다. “어머니이자 정부였던 여인, 누구보다 자신의 시대를 충실하게 살았던 미실을 통해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강함을 넘어선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드라마 속 미실은 진흥왕의 후원으로 힘을 키워 왕권을 위협하며 선덕여왕과 대립하는 인물로 나온다. 진평왕 때 이미 노년기에 접어들어 출가해 죽음을 맞은 소설 속 미실과 달리, 드라마 속 미실은 진평왕 치하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극적 재미를 위해 미실의 탄생 시기를 조금 늦춘 셈이다.
소설 속 미실은 권력 그 자체를 좇기보다 생의 비밀을 일찌감치 깨닫고 자기 욕망에 충실한 이로 나오지만, 드라마 속 미실은 신라를 통째로 치마폭에 담고도 갈증을 느끼는 권력욕의 화신이자 여장부다. “적과 싸우지 않고 오히려 내 사람으로 만든다”는 ‘여성적 리더십’ 정도가 두 미실의 닮은 점이라고 할까.
김별아씨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차이나 매력을 비교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보다는 소설 속 미실은 미실대로, 드라마 속 미실은 미실대로, 저마다 생명력을 갖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단다. “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흔치 않은데, 미실처럼 이례적인 인물이 소설적 상상력으로, 또 드라마적 상상력으로 거푸 살아나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 반갑다”고 했다.
지폐에 그릴 여성 인물 1호가 ‘현모양처’의 이음동의어인 신사임당인 시대에, 부도덕하고 뇌쇄적이며 잔인하기까지 한 미실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이러니다. 드라마에선 정의롭고 용감한 선덕여왕이 결국 미실을 꺾고 신라의 주인이 되겠지만, 싸움에 패한 미실이 쓸쓸히 퇴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 아프다.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신라의 캔디’ 선덕여왕보다는 ‘역사상 가장 나쁜 여자’인 미실이 더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까닭이다.
이미경 블로거 mad4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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