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지음, 글항아리(031-955-8898) 펴냄, 1만3500원
여기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최소한의 합리성조차 갖추지 못한 대한민국의 정치·사회판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대통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에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쓰인 셈이다.
카이스트 부설 고등과학원 이종필 연구원이 펴낸 는 각종 사회현상을 과학 이론으로 해석해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물리학에는 ‘뒤엠-콰인 명제’란 것이 있다. 한글로 풀어쓰면 ‘증거에 의한 이론의 과소결정’이라고 한다는데, 쉽게 말하면 한두 가지 반대되는 실험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기존의 과학 이론에 대한 믿음이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험 자체에 오류가 있거나, 다른 변수에 의해 그런 결론이 도출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이론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적용해보자. 수많은 고위공직자를 낙마시켰던 위장전입 문제는, 유독 이 대통령에게는 힘을 못 썼다. ‘자식을 위한 교육열’로 쉽게 이해된 것이다. 이는 국민 상당수 머릿속에 ‘이명박=대통령감’이라는 이론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론은 보수 언론에 의해 주입된 것이다.
과학 이론과 대구를 이루는 ‘사회적 현상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엔트로피 이론에 바탕해 분석해보면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문은 “과학 논문으로 치자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휴짓조각에 불과”한 것이 되고, 게임이론에 맞춰 한-미 쇠고기 협상을 분석해보면 한국 정부는 “과연 충분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플레이어인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결과가 도출된다.
눈치챘겠지만, 저자가 과학을 이용해 사회를 분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학이라는 합리의 잣대를 우리 정치·사회에 곧추 맞대어보고 그 비합리성을 반추해보자는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정작 자신의 비합리성을 반추할 필요가 있는 ‘높으신 분’들이 얼마나 이 책을 찾아읽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권영민 지음, 문학에디션 뿔(02-334-7244) 펴냄, 1만8천원
이상의 시·단편소설·장편소설을 각각 묶은 전집(전 3권)과 함께 그의 작품세계를 분석하는 책이 나왔다. 기존의 이상 문학 연구가 빠져든 관념주의와 신비주의를 경계한다. 1부는 난해한 시로 지목받아온 이상의 시 텍스트를 분석하고, 2부는 소설에 대한 다양한 분석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특히 ‘이상 이후’ 벌어진 일들을 비판적으로 정리한다. 유작의 진위, 양식의 경계에 선 작품의 처리 등이 다뤄진다.
에마뉘엘 피라 지음, 이충민 옮김, 모티브북(02-3141-6921) 펴냄, 2만1천원
무거운 법에 친절하고 재치 있게 접근한 일반 교양서.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법을 의식하게 된다. 법은 비공식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법조인을 가슴에 품고 법대 강의실 의자에 엉덩이를 비비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친구가 주택보조금 문제를 조언할 때부터 실제와의 간극을 깨닫게 된다. 이 아슬아슬한 법을 우리는 믿고 따라야 하는 것일까. 고전과 소설 등을 통해 법의 여러 면을 살핀다.
프레드 피어스 지음, 김혜원 옮김, 에코리브로(02-702-2530) 펴냄, 1만8천원
지구온난화 경고의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예측 자체는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회의적인 환경론자’다. 사막화 이론에 의문을 품고 어쩌면 사막에 예전보다 더 나무가 많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난화 문제로 들어오면 그는 ‘회의적’이기 힘들다고 말한다. 과학자에게 물어볼수록 두려워진다고 한다. 온난화에서 중요한 8가지 티핑 포인트(전환점)를 정리한다.
이남주 엮음, 창비(031-955-3366) 펴냄, 1만원
‘창비담론총서’의 첫째 권. 계간지 를 중심으로 여러 매체의 글들을 종합해 담론 중심으로 엮었다. 이중과제론, 87년 체제론, 신자유주의 대안론 등이 먼저 선보인 세 가지 ‘담론’이다. 이중과제론은 근대 적응과 근대 극복의 양면적 과제를 유기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입론이다. 적응만으로는 무비판적인 근대주의로 함몰되고, 극복만으로는 실천적 편향이 불가피하다. ‘근대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탈식민주의’ 담론에 대한 비판이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김민전에 “잠자는 백골공주” 비판 확산…본회의장서 또 쿨쿨
“‘내란 세력’ 선동 맞서 민주주의 지키자”…20만 시민 다시 광장에
‘내란 옹호’ 영 김 미 하원의원에 “전광훈 목사와 관계 밝혀라”
청소년들도 국힘 해체 시위 “백골단 사태에 나치 친위대 떠올라”
이진하 경호처 본부장 경찰 출석…‘강경파’ 김성훈 차장은 세번째 불응
경호처, ‘김건희 라인’ 지휘부로 체포 저지 나설 듯…“사병이냐” 내부 불만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천공 “국민저항권으로 국회 해산”…누리꾼들 “저 인간 잡자”
윤석열 지지자들 “좌파에 다 넘어가” “반국가세력 역내란”
‘적반하장’ 권성동 “한남동서 유혈 충돌하면 민주당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