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26년 2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선 의원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커피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6년 2월10일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중단’을 발표하며 “통합 논란보다 화합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절차적 문제’ 제기로 시작된 합당 반대 목소리가 ‘내전’ 상황을 방불케 하는 상황으로까지 확장되면서, 두 당의 통합을 통한 상승작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를 수용한 것이다. 이로써 합당 여부를 둘러싼 민주당 내 논의는 일단락됐지만, 당내 권력투쟁이 가감 없이 노출되면서 후유증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 대표의 발표는 저녁 8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 뒤 이뤄졌다. 정 대표는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면서도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작용에도 어려움이 생긴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실제로 이날 ‘합당 중단’ 발표까지 19일간 지속돼온 혼돈 상황으로 여당 내 권력투쟁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반청 3인방’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 등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하는 일부 의원이 ‘친청 대 반청’ 구도를 경선에 활용하기 위해 합당 반대론에 섰고, 기초자치단체장 출마를 준비하는 원외 세력(더민주전국혁신회의), 지역 기반이 취약한 비례·초선 의원들이 여기에 가세하며 논란이 커졌다.
합당에 반대하는 성명과 기자회견, 서명운동이 이어졌고 이런 당내 혼란상을 우려한 관망파들도 ‘합당에는 찬성하나 지금은 아니다’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 남짓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발언한 20여 명 가운데 지방선거 전 합당을 주장한 건 김영진 의원 정도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혁신당과는 선거연대를 하고 합당은 지방선거 뒤로 미루자” “합당 논의는 미루더라도 합당을 위한 준비기구는 구성하자”는 의견 등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흐름에 ‘친청 당권파’가 주도한 ‘쌍방울 변호사’ 2차 특검 후보 추천은 결정타가 됐다. 정 대표 쪽에 남은 카드는 ‘질서 있는 퇴각’뿐이었다.

정 대표는 다만 “‘강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이 생각난다”며 “통합이 승리와 성공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믿음만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내 화합을 위해 통합 논의를 일단 중단하지만, 통합준비추진위원회를 꾸려 지방선거 이후 다시 합당 논의를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지방선거 뒤) 그때 가서 같이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직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 개혁’을 표방한 혁신당과의 연대·통합이 ‘중도 확장 전략’이 가장 절실한 지방선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고위 결정 사항이 발표되기도 전인 이날 오후 강득구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한 글이 당 안팎에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왔다. 강 최고위원은 “홍익표 정무수석을 만났다. 지방선거 이후 합당을 하고 전당대회는 통합 전당대회로 했으면 하는 것이 대통령 바람이라고 한다. 바로 합당에 관한 수임기구를 준비했으면 좋겠다라는 대통령의 입장까지 전달받았다”고 적었다. 사실상 이날 최고위에서 발표한 내용과 거의 같아, 청와대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강 의원은 해당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입을 닫았고, 청와대 쪽에서도 “합당은 당이 결정할 사안이며 청와대는 합당과 관련해 입장이 없다”고만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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