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
이붕언 지음, 윤상인 옮김, 동아시아(02-757-9724) 펴냄, 1만8천원
일본에서 활동하는 재일동포 3세. 1980년부터 3년간 한국을 돌며 촬영한 사진으로 첫 개인전(‘애호’)을 열고 ‘본명 선언’을 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조선족을 찍는 등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계속했으며, 2001년부터 5년간 일본 전역의 재일동포 1세를 취재했다. 책은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총련 활동가, 파친코 주인, 전당포 주인, 운전사 등 재일동포 1세 91명의 삶을 사진과 함께 묶었다.
경남 울산 출신의 정용순 할머니는 오카야마현 비젠시 구쿠이초에 거주한다. “일본말은 좀 서툴지 몰라요. 여긴 시골이잖소. 한국말이라면 자신 있어. 안 잊어버렸으니까. 할머니하고 할아버지가 함께 살았거든.” 할머니는 해방 뒤 조선인 20가구가 죄다 한국으로, 오사카로 돌아갔을 때도 시골 마을을 지켰다. “밭이 있으니 아무 데도 못 가지. 여긴 이제 고향이나 진배없어.” 고향의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돈을 마련하지 못해 가보지 못했다. 기술자 남편은 규폐증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경남 함안 출신 정증순 할머니는 사가현 사가시 혼조마치에 산다. 부모와 함께 17살 때 일본으로 건너와 이듬해 히로시마에서 결혼했다.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는 ‘소개’ 덕에 교외에 있었고 목숨을 건졌다.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쌌지만 전쟁이 터져 바다를 건너지 못했다. 소내장구이를 파는 야키니쿠집을 열었다. 할머니 말에 따르면 ‘원조’다. 일하지 않는 남편은 민단 일만 열심이었다. “차별당할 때는 굽실거리면서 받아넘겼지. 남편은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내가 말려서 지게 했어.” 현재는 세 군데 체인을 가진 야키니쿠 가게의 주인이다. 남편은 88살에 세상을 떴고 둘째아들네와 같이 산다.
이들은 “제일 힘들 때 세상에 나와서”(김기선 할아버지) “가족·형제끼리도 서로 나뉘어서 싸”(한성동 할아버지)웠고 “도둑질과 살인 빼고는 다 해봤다”(김태선 할머니). 작가에게는 빨리 기록하지 않으면 그 파란만장한 삶이 다 사라져버릴 것 같은 조급증이 있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불과 4년 사이 4명 중 1명이 숨졌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보틀마니아>
엘리자베스 로이트 지음, 이가람 옮김, 사문난적(02-324-5342) 펴냄, 1만5천원
생수는 수돗물보다 깨끗할까? 환경전문 작가가 생수회사 연구실과 공장, ‘열쇠로 따서 들어가는’ 비밀스런 우물(수원)을 둘러본 결과는 ‘아니다’이다. 한 대학의 연구에서는 10배나 많은 박테리아 수치가 나타나기도 했고, 환경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던 물을 끌어들여 생수병에 담아 파는 것은 윤리적일까. 저자는 무분별한 채수로 물 부족 현상을 초래한 프라이버그를 찾아가 지역주민의 싸움을 소개한다. 물싸움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14인 1·2>
송수정 글, 성남훈 등 사진, 포토넷 기획, 각권 1만3천원
지난 10년 한국에서 활발하게 사진 작업을 벌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서한강·류은규·강재훈·노익상·이갑철·권태균(이상 1권), 박종우·허용무·박하선·한금선·이재갑·이상엽·노순택(이상 2권) 등을 전시기획자인 송수정이 만났다. 저자는 인터뷰 과정에서 삶과 밀착된 사진을 찍는 작가들의 삶이 들여다보여 원래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없었노라고 고백한다. 인터뷰집이 다큐멘터리 작가 14명의 ‘다큐멘터리’가 된 이유다.
<연두-도시를 경작하다 사람을 경작하다>
변현단 지음, 그물코(041-631-3914) 펴냄, 9천원
연두농장은 경기 시흥에 있다. 비닐하우스 3동을 포함한 2천 평의 땅이다. 2005년 이 농장은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의 자활을 도모하는 ‘영농사업단’을 시작했다. 도시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참여자들은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농사 공부를 했다. 농장의 목표는 참여자들이 다시 시장경제로 진입하는 것이었지만, 농장에서의 경험은 ‘경작 본능’을 일깨웠고 그들은 삶의 방식을 바꾸었다. 올 1월 연두농장은 연두영농조합법인이라는 이름으로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지 않는 자립공동체로 독립했다.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아서 C. 클라크 지음, 고호관 옮김, 황금가지(02-515-2000) 펴냄, 각권 1만3천원
2008년 3월19일 스리랑카의 자택에서 숨을 거둔 아서 클라크의 1주기를 맞아 단편 전집이 나왔다. 총 4권으로 예정돼 있으며, 1953~1999년의 단편 65편을 묶은 두 권이 먼저 나왔다. 그가 미래를 예견한 ‘픽션’은 시간이 지나면서 ‘논픽션’이 되었다.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을 20년 전에 예견하고, 우주선을 회전시켜 중력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우주선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작가의 코멘트가 몇몇 단편에 짧게 실려 있다. 기술문명 묘사에 치중하느라 인간 내면을 살피는 데 인색하다는 평가도, 단편들에서는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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