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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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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THE left 1848~2000〉 외

등록 2008-02-15 00:00 수정 2020-05-03 04:25

THE left 1848~2000

제프 일리 지음, 유강은 옮김, 뿌리와이파리(02-324-2142) 펴냄, 5만원

“이 책은 몇 가지 중요한 이야기들이 잘못 전달될 때일수록 역사가 중요하다는 확신의 소산이다. (…) 1990년대 동안 새로운 기억상실증들로 인해 몇 가지 없어서는 안 될 역사가 지워져버렸다.” 온건한 사회민주당에서부터 비밀 무장투쟁 옹호론자까지 좌의 우부터 좌의 좌까지 1848년 이후의 모든 좌파 세력의 역사. 저자는 진단한다. 현존 사회주의 정당은 신자유주의의 공허한 말을 모방해서 대응하는 데만 급급하다. 새로운 중도도 제3의 길도 공허하고 불명확하다.

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

김덕영 지음, 인물과사상사(02-471-4439) 펴냄, 1만3천원

독일 대학에서 막스 베버에 대한 연구로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의 본격적인 막스 베버 연구서. 1864년부터 1920년까지 산 막스 베버는 현대 사회학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책은 그가 구축한 지적 세계가 아니라 지식인으로서, 대학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사유하고 행동했는가 하는 ‘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한국의 대학과 지식인 사회를 막스 베버를 ‘거울’ 삼아 비춰볼 수 있다고 말한다.

피스보트

이정용 글·사진, 넥서스BOOKS(02-330-5500) 펴냄, 1만2천원

피스보트는 1983년 일본의 침략주의를 비판하는 지성인들이 역사의 검증을 위해 출항했다. 아시아 각국을 2주가량 둘러보는 항해는 1990년 11월의 10차부터 세계일주 코스가 마련됐다. 사진기자 이정용은 2005년 9월 두 번째 피스보트에 탄다. 지금은 에 있는 정인환 기자와 함께한 것으로 한국의 저널리스트로는 최초의 103일 전 일정 동행 취재였다.

인생만화

박재동 글·그림, 열림원(031-955-4709) 펴냄, 1만2천원

‘인생만화’의 만화는 ‘만 가지 꽃’을 의미한다. 무엇을 보든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 박재동이 ‘행복한 천형’을 좇아 그린 일상 풍경을 모았다. “무엇이든 천천히 그리면 다 그림이 되어 어떤 때는 내가 마이다스의 손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사실은 사물 자체가 원래 황금이었던 것이다.” 2005년부터 2년간 ‘18도’를 열었던 ‘박재동의 스케치’를 담은 것이다.

세계문학의 천재들

해럴드 블룸 지음, 손태수 옮김, 도서출판 들녘(031-955-7374) 펴냄, 4만3천원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

W. 서머싯 몸 지음, 권정관 옮김, 개마고원(02-326-1012) 펴냄, 1만8천원

고전에 대한 비평서 두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미국의 문학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언어 천재 100명’을 탐구했다. 블룸은 각각의 고유한 천재성을 조명하는 도구로 ‘영지주의와 카발라’를 선택한다. 지성을 넘어선 통찰력을 높이 사는 것이다. 블룸은 천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모두 영지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는 ‘문학의 종교’라고까지 말한다. 유대교의 비의적 신비주의 철학인 카발라의 ‘세피로트’에 따라 작가를 나눈다. 왕관을 받은 자는 광채1의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몽테뉴, 밀턴, 톨스토이, 광채2의 루크레티우스, 베르길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단테, 초서 등 10명이다. 그 외 호크마(지혜), 비나(사유능력), 헤세드(성약의 사랑), 딘(엄중한 심판), 티페렛(아름다움), 네자(신의 승리), 호드(위엄), 예소드(근본), 말쿠트(왕국)가 카테고리다. 이와 달리 서머싯 몸은 ‘문학 천재들의 결함’을 탐구한다. 작가의 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생활 태도를 낱낱이 드러낸 뒤, 그럼에도 이들이 위대한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준다. “모든 천재는 이상하게도 결함과 결부되어 있다.”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에드워드 사이드 지음, 마티(02-3333-110) 펴냄, 1만5천원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 첫째권으로 그의 유고작이다. 우리는 나이 들면 연륜과 지혜, 포용력이 많아진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예술적 말년성이 조화와 해결의 징표가 아니라 비타협, 난국, 풀리지 않는 모순을 드러낸다면 어떨까?” 이것이 사이드가 관심을 가진 말년의 양식이다. 그는 화해되지 않는 개인의 비판적 사고가 지닌 ‘저항의 힘’을 말년성에서 찾는다.

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창비(031-955-3333) 펴냄, 9800원

천운영의 세 번째 단편소설집. “눈물은 감정의 늪이다. (…) 눈물은 굴복의 다른 이름이다. (…) 나는 눈물 대신 오줌을 싼다.” 표제작인 ‘그녀의 눈물 사용법’은 통속적인 눈물 대신 제의로서의 ‘눈물 사용법’을 일러준다. 돈이 없어 장롱 속에 가두었다가 하루 만에 죽은 남동생은 어느 날 나타나 ‘그녀’와 함께 자란다. 천도제를 지내자 앓던 일은 없어진다. 여성과 몸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화해와 제의, 사회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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