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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중국의 20세기를 느끼다

등록 2006-09-16 00:00 수정 2020-05-03 04:24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시리즈 1권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북폴리오가 펴내는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시리즈’ 1권은 (조너선 D. 스펜스·안핑 친 지음, 김희교 옮김)다. 들고다니면 팔이 아플 만한 큼직한 하드커버에 올컬러다. 만만치 않은 가격, 5만원. 장담하건대, 그만한 무게의 화보집들 중엔, 덩칫값을 못하는 책들도 꽤 많다. 그러나 는 절대, 1만원짜리 국배판으로 제작하면 안 되는 책이다.

책에는 중국의 20세기가 ‘흐른다’. 조너선 D. 스펜스와 안핑 친 부부가 수집한 사진들은 진귀하기 이를 데 없다. 독자들은 평이한 문체로 쓰인 20세기 중국의 역사를 읽는다. 그리고 사진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역사는 갑자기 피와 살과 냄새를 얻는다. 그곳에는 가난과 때에 전 민중들의 누더기 옷이 있다.

네 발가락이 발바닥으로 파고들어간 여인의 전족이 있다. 사진은 여인의 안쓰러운 뒤꿈치에 묻어 있는 굳은살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내 살육과 전쟁의 풍경이 펼쳐진다. 나무 판자 위에서 질식해가는 청나라의 ‘대역죄인’들. 국민당 병사의 칼이 ‘빨갱이’의 목을 내려치는 순간. 상하이 거리에서 불타고 있는 외교관의 차. 독자들은 피범벅이 된 중국의 20세기를 ‘본다’.

책은 서구 근대의 충격이 밀려오는 19세기 말 청왕조부터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1990년대까지를 더듬는다. 글은 옮긴이의 말대로 “하룻밤에 읽어내려갈 수” 있을 만큼 쉽게 서술된다. 특히 쑨원의 혁명부터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까지가 역동적이다. 그 속에 중국의 현재를 탄생시킨 결정적 장면들이 들어 있다. 쑨원, 위안스카이, 장제스, 마오쩌둥의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선교사와 기자들이 찍은 그 사진 속에서 우리는 고삐 풀린 대륙의 희망과 절망을 만난다. 그리고 대륙이 왜, 어떻게 지금의 길을 선택했는지도. “무한한 희망과 위대한 실험, 그리고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점철된 한 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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