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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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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 뛰어라, 분교 아이들아 >

등록 2006-06-03 00:00 수정 2020-05-03 04:24

가 보여주는 정겨운 풍경들

키다리 느티나무들이 굽어보고 있는 강원도 정선 동강 가수분교의 정문에 ‘가을 한마당 큰잔치’라는 펼침막이 춤추고 있다. 강원도 인제 점봉산 진동분교의 풍금이 운동장에 1년에 한 번 있는 ‘바깥나들이’를 한다. 엄마들도 오고 동생들도 왔지만 운동장의 인원은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것 같다. (강재훈 사진, 가각본 펴냄)라는 정겨운 사진집이 보여주는 풍경들이다.

강재훈 기자는 15년 가까이 산골 분교 아이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번 사진집은 그 작고 아름다운 운동회들의 표정을 간추려 실었다. “학생 수가 몇 명 안 되는 산골의 작은 분교들은 대부분 운동회를 하지 못하고 학사 일정에 따른 운동회날이 되면 읍내의 본교 운동회에 참가했다 돌아오는 실정이었다. …종일 풀 죽어 지내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부모들과 분교의 교사들이 뜻을 모아 분교만의 운동회를 여는 곳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경기도와 강원도에 산재한 산골 분교의 작은 운동회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강 기자가 카메라에 담은 산골 분교의 운동회는 그 마을의 잔칫날 같다. 족두리를 쓰고 치마를 입고 장구를 든 아이들이 공연을 펼치고, 유치부 동생들도 재롱잔치를 벌인다. 아이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결승선을 달린다. 자신의 등수가 찍힌 팔뚝을 보여주며 장난스레 인상을 찌푸린다. 어머니들도 쟁반 위에 공을 올려놓고 뛰는가 하면, 학교 한켠에 큰 솥단지를 놓고 돼지머리와 시래기로 국을 끓인다. 아버지들의 힘찬 달리기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뒷짐 지고 구경만 하시진 않는다.

강 기자는 ‘본업’과 상관없는 현장을 그렇게 오랫동안 누비고 다닌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참 좋았다.” 출간과 함께 6월1~27일에 서울 사간동 갤러리 온(문의 02-733-8295)에서 사진전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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