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의 현실과 시인들의 긴장관계를 보여주는 <시대를 건너는 시의 힘>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70년대 시인들에 대한 평론을 묶은 <시대를 건너는 시의 힘>(이화현대시연구회 지음, 소명출판 펴냄)은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 정치사상 가장 폭압적인 파시즘이 활개를 치던 70년대, 놀랍게도 시는 빈곤하지 않았다. 시는 오히려 가장 아름답게 피어 많은 사람들에게 시대를 건너는 힘이 돼주었다. 이 책은 그 힘을 돌아보는 작업이다.
책은 ‘역사적 현실과 부정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고은, 이성부, 조태일, 김지하, 정희성, 김명인을 묶고, ‘전통과 서정적 파토스’라는 제목으로 신경림, 박재삼, 허영자, 송수권을 묶고, ‘시대적 허무와 시적 자의식’이라는 제목으로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 김영태를 묶는다. 그러나 이 시인들 앞에 붙은 제목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70년대라는 징그러운 현실을 시인들은 어떤 다양한 방식으로 ‘건너갔는가’이다. 책의 머리말은 이렇게 말한다. “1970년대는 시인들에게 ‘시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 질문이 아니라, 역사와 현실 앞에서 ‘시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실천적 물음에 답할 것을 요구하는 시대였다.”
우선, 70년대를 관통하는 시의 코드로 ‘죽음의식’이 눈에 띈다. 시인 고은에 대해 김경숙씨는 60년대 관념적인 시를 쓰던 경향에서 벗어나 7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죽음의식’을 중심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문 강물을 보라/ 강물 위에 절을 지어서/ 그곳에 죽은 것들도 돌아와/ 함께 저무는 강물을 보라.”(‘섬진강에서’) 고은의 죽음의식은 ‘삶과 죽음의 서정적 통합’에서 시작하여, 점차 현실적 의미를 가지고, 마지막으로 당대의 구체적 현실과 민족의 역사로 서사화되기에 이른다. 이기성씨는 김지하 시인의 서정시에 대해 “전체주의 담론에 대응한 저항시라는 지점”에서 시선을 이동할 것을 제안한다. 즉, 현실과 자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고통스럽게 시쓰기를 추동해온 자기 확인의 욕망을 읽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강렬한 죽음의 파토스로 표현되고 있다.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서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황톳길’) 김지하의 초기 서정시에서 죽음의 자기 상실의 연민과 절망이며, 한편으로는 자기 파괴를 통해 악한 현실을 넘어서려는 초월의지다.
70년대 시의 코드에는 ‘민중’도 있다. 이성부는 전통적이고 공동체적인 슬픔을 찾아내면서, 민중의식을 전면에 들이댄다. 조태일은 ‘국토’를 통해 민중의 삶과 저항을 힘찬 목소리로 노래한다. 책은 이런 식으로 폭압적 현실과 시적 화자의 긴장관계를 찾아나간다. 황동규의 반어적 표현, 박재삼의 갇힌 시간, 신경림의 ‘신명풀이’ 등이 비평의 언어로 설명된다. ‘시의 힘’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평론의 난해함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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