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릴러 소설로 잠 안오는 여름밤을 달래보자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강자는 늘 공포에 시달린다. 미국 스릴러 소설은 일종의 ‘비명’ 같은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후예들이 부패한 자본가, 기계문명, 붕괴된 가족 등의 상처를 들쑤실 때 세계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외롭게 선 미국 시민들은 피학적인 쾌감을 느낀다. 따라서 스릴러 소설은 백악관이나 폭스뉴스 같은 ‘공포 조작 기계’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다. 기자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과 토머스 해리스가 깊이나 완성도 면에서 정상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자리에 마이클 크라이튼, 존 그리샴, 톰 클랜시(시드니 셀던은 제발 빼주시길!) 등등을 놓아도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들 모두 미국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리며 “우린 행복하지 않아, 우린 무서워 죽겠어”라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복잡한 얘기는 그만. 스릴러 소설은 잠 안 오는 한여름밤을 달래는 데 좋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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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 펴냄)은 의사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로빈 쿡의 22번째 소설이다. 미국 기독교 우파를 대표하는 보수 정치가 애쉴리 버틀러 상원의원은 어느 날 자신이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기 대선까지 노리던 정치역정에 치명적인 복병이 등장한 것이다. 그는 생명공학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 때문에 자신의 회사가 위기에 처한 다니엘 로웰 박사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하게 된다. 자신에게 아직 동물실험도 마치지 못한 혁신적 치료법을 시술할 것, 그리고 토리노 수의(예수가 숨질 당시 입었다고 알려져 있다)에 묻은 피를 이용할 것. 여기서부터 정치가의 욕망과 과학자의 욕망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임계점을 넘어버리고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은 미국 사회 ‘꼰대’들의 모습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여성과학자 스테파티의 눈에는 정치가 버틀러나 과학자 로웰이나 자신을 괴롭힌 마피아 아버지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보수적이고 인종차별적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고 수단보다 목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욕망덩어리들이다. 결국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아버지’들은 서로를 파괴한다. 그러나 소설 자체는 단조로운 편이다. 버틀러와 로웰의 공모에서부터 결말이 뻔히 예상되고 근사한 반전도 없다.
(제임스 패터슨 지음, 황금가지 펴냄)는 전형적인 미국 연쇄살인범 소설이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강력반에서 유일한 여형사인 린지 박서는 자신이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은 날, 신혼부부 연쇄살인 사건 수사를 맡게 된다. 그는 기자, 검사, 검시관 등 여성으로만 구성된 ‘살인 클럽’을 만들어 수사를 진행한다. 우여곡절 끝에 유명작가 니콜라스 젠크스를 체포하지만, 실제 살인자는 따로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이 특이하다. “원한다면 논리적인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감수성이 풍부한” 여형사 린지는 툭하면 눈물을 쏟고 파트너에게 신파조의 순정을 바친다. 사회적 약자이면서 당당하게 성공의 길을 가는 여성들이 한 사람 한 사람씩 연대하여 거대한 악에 저항한다. 그들은 감성적이고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을 줄 안다. 소설은 속도감에 가득 차 있다. 한국에 알려져 있진 않으나 미국에선 베스트셀러 작가로 대접받고 있는 제임스 페터슨은 ‘통속적 재미’가 발산되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는 소설의 군살을 털어내고 짧은 장면과 장면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그래서 다양한 가능성이 거세된 이 소설은 싱겁지만, 첫 장을 펴면 끝 장을 읽을 때까지 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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