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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함이 결여된 국회의원들/ 전재일

등록 2004-03-05 00:00 수정 2020-05-03 04:23
[홍세화와 함께하는 예컨대 | 자유무역협정, 수출경쟁력 확보인가]

/ 전재일 (서울 숭문고 3학년)

옛말에 ‘과유불급’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국민과 그 국민의 일부인 농민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 않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노선을 강력하게 끌고 가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에 일러주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농민들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FTA 비준안은 국회에서 통과됐다. 자신들의 생명줄이 달렸다는 농민들에게 정부는 전 세계가 동참하고 있는 자유무역화에 우리도 발 맞추지 않으면 세계 무역에서 소외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대세론만을 주장하며 신자유주의 노선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다. 더구나 이에 대한 연구조차 해보지 않은 채로 전면적 자유무역화를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다.

비단 농업 문제뿐만이 아니다. 다른 산업에도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파동은 일어날 수 있다. 규제 완화, 노동 유연화, 시장 개방 등 신자유주의의 성격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시행되면, 스크린쿼터 같은 보호책을 실행하기가 힘들게 된다. 이는 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생명줄을 잘라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 아직 건전한 노사관계가 정착되지 못한 우리나라에 심각한 계층간 분열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게다가 정부가 농민에게 약속한 소득보장적 보호정책은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장기적 대책이 되지 못하는 미봉책일 뿐이다. 세계의 자유무역화는 필연적으로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소득보장이라는 안이한 대책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꾸준한 연구와 노력이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이 현대의 무한경쟁 사회임에도, 무턱대고 무역개방 대세론만을 외치는 것은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전쟁터 한가운데로 들어가려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준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외국의 거대한 자본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직접적인 제도화는 국내 기업 보호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불안한 경제에 짙은 어둠을 드리우고, 국민의 정치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정치가들이 보이는 태도도 문제가 있다. 분명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권력은 국민에게 존재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가에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회 앞에서 시위하는 농민들의 앞에 전경을 투입하는 모습이라거나 농민들은 차디찬 길바닥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시위하는데 국회의원은 최고급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것 등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현재의 정치상황에 비춰보아 도저히 그들의 기본 바탕에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국회의원은 국민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식은 자리잡고 있지 않은 듯하다.

앞으로 전개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진로에 우리나라가 참가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만큼 국가 운명의 큰 방향을 좌우할 것이다. 그리고 한-칠레 FTA는 그 길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FTA 비준안에 대한 논의보다 비리사건에 연루된 범법자를 풀어주는 투표를 먼저 하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진지하고 전략적인 자세로 FTA 문제에 임하는지에 관해 심각한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은 대한민국에서의 자신의 중요한 위치를 깨닫고 자유무역 협정에 관한 국민의 의견수렴, 문제점 검토, 철저한 준비에 관해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 전재일 (서울 숭문고 3학년)

<table cellpadding="7"><tr><td bgcolor="ffffcc">

<font size="3" color="#CC0099">[ 칭찬과 아쉬움 ] </font>

<font size="2"> 마지막 예컨대는 국회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불가피하다는 학생도, 생명산업인 농업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학생도 한목소리로 협정 비준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글을 보낸 학생 수는 많았지만, 글의 내용은 그 수만큼 풍부하지 못해 아쉬웠다.
마지막 예컨대로는 서울 숭문고 전재일 학생의 글을 선정했다. 전재일 학생의 시각이 다른 학생에 비해 넓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유무역의 부작용이 단순히 농업붕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 신자유주의 기조 속에서 농민소득 보전정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 등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은 글이다. 특히 결론이 어긋난 논리로 구성돼 있다. 서론과 본론에서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을 설명해놓고, 결론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마지막 두 단락에서 국회의원들의 ‘일반적인’ 행태를 지적하기보다는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인식의 한계,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태도 등을 지적하는 편이 주제에 더욱 걸맞았을 것이다.
FTA 체결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글 중에는 원주고 공준환 학생의 글이 가장 논리정연했다. 무엇보다 문장이 단정하고, 문장의 이음새가 단단했다. 다만 “(농업 문제를) 장기간 고려한 만큼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분은 논리가 부족해 아쉬웠다. 전주 우석여고 원보라 학생도 자유무역협정이 역사의 순방향이지만, 개방 이전에 충분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보내왔다. 문장도 깔끔하고, 논리 흐름도 자연스러운 글이었다. 다만 자신만의 색깔이 부족해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김미선 학생은 문장력은 좋았지만, 논지가 혼란스러웠다. 글의 흐름을 ‘도농갈등’으로 끌고 가려다 생긴 결과다. 논리를 선명하게 단순화하는 능력도 중요한 논술법 중의 하나임을 명심하자. 이 밖에도 성남서고 최두산 학생, 김포 통진종고 안성길 학생의 글도 훌륭했다. 부산 국제고 김지현, 대구 외고 이병탁 학생 등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글을 보내준 학생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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