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내 안의 욕망에 충실하기
흔히들 공자라 하면 유교를 떠올리고, 유교 하면 금욕하여 천리, 즉 하늘의 이치에 다다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상이라 보지. 한마디로 금욕주의적인 사상이라고 봐. 그러다보니 극기(克己)니 수기(修己)니 하는 것을 엄격한 금욕주의 정도로 생각하지. 그러나 난 이것을 주자(朱子)식 해석일 뿐이라고 봐. 다들 잘 아는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에서부터 시작하자구.
공자는 사람의 욕망을 긍정한다
흔히들 이 말을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이면 남에게도 시키지 마라’는 뜻으로 새기는데, 그건 이 말의 참뜻을 희석하는 거라고 봐. 이 말은 ‘내가 하고자 함이 아니면 남에게 베풀지 마라’, 다시 말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바로써 남에게 베풀라(또는 세상으로 나아가라)’는 말이야. 진실로 내 마음속에서 욕망하는 것, 그것을 들고 사람 세상으로 뛰어들라는 거지. 이게 바로 추기급인(推己及人)이야. ‘나를 헤아려 타인에, 세상에 미친다’는 말이지. ‘참나로서 세상에 뛰어들기!’ 어때, 지난번에 봤던 노자와도 잘 통하지?
극기, 만들어진 나의 극복
내 진정한 욕망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자기, 만들어진 자기를 극복함이 절실해. 다름 아닌 극기야. 이해관계에 따르는 자기, 소인의 삶에 안주하는 자기를 극복함이지. 그것이 자기를 더 큰 자기, 진정한 자기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요, 그런 자기들의 만남이 지속적으로 세상을 만들어가는 거야. 공자의 유명한 말인 군자불기(君子不器), 즉 ‘군자는 그릇처럼 자기를 고정하지 않는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
부끄러움, 극기의 동력
자기를 극복하게 하는 것 역시 자신 속에서 비롯되어야 해. 이 자발적 극기의 동력이 바로 부끄러움(恥)이야. 즉 ‘자기 속(心)의 소리를 듣는다(耳)’는 거지. 현실과 타협하고 안주하려는 자기를 부끄러워하고 경멸하고 싸워서 이기기! 니체는 에서 이를 일컬어 ‘위대한 경멸’이라고 해. 공자는 이를 회형(懷刑), 곧 ‘자기 경멸을 품는 것’이라 했고, 자송(自訟), 즉 ‘스스로와 논쟁하고 싸우는 것’이라 해. 이렇게 자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기를 찾아서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극기복례(克己復禮)야.
인이불인여례하(人而不仁 如禮何·사람이 인하지 않고서야 예가 다 무엇인가)? 진실로 예란 인에 터잡은(里仁) 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야. 따라서 예는 고정된 어떤 격식이 아냐. ‘참나’로 세상과 관계맺기지. 기존의 도덕이나 선악을 절대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치에서야. 그것은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열린 관계맺기가 아니라, 주어진 것에 자신을 얽매고 관계를 단절시키는 닫힌 관계맺기이기 때문이야. 이런 열린 관계맺기가 바로 인(仁=人+人)이야.
무벌선무시로(無伐善無施勞), 그렇게 살기
그 많은 제자 중 공자가 제일 좋아했던 안회가 한 말이야. ‘선을 행했다 함이 없고, (남을 위해) 노고를 베풀었다 함이 없다’는 말씀.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한 일인데, 여기에다 무슨 선행이니 봉사니 희생이니 따위의 말을 붙일 필요가 있냔 말이지. 그저 나로부터 이웃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 뿐.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기지. 결과에 얽매여선 나를 잃어버릴 테니까. 이게 바로 지천명(知天命)의 경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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