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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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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을 제거하라

등록 2004-03-12 00:00 수정 2020-05-03 04:23

[숨은 1mm의 과학/ 운동선수 유니폼]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로운 유니폼이 촌스럽다고 한다. 유니폼 앞면의 원 테두리가 마치 성인물 영상 등급을 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많았다. 물론 식별이 용이하다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가끔 들린다. 앞으로 2년 동안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나이키사 스포츠과학연구소의 첨단 테스트를 거친 새 유니폼을 올림픽, 월드컵 경기에서 계속 입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미 두 차례 선보인 축구선수의 유니폼을 꼼꼼히 살펴보면 첨단과학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나이키사는 새 유니폼에 ‘토탈90’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경량의 유니폼을 입고 90분 동안 그라운드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등장한 유니폼의 상의 무게는 155g에 지나지 않는다. 2002년에 발표한 이전의 것보다 30g이나 가볍다. 무게를 줄인 비결은 원단과 원단 사이의 이음새를 접착시킨 데 있다. 이전의 것은 앞판·등판·소매 등을 박음질로 재봉했지만 새것은 재봉 솔기를 아예 없앴(Zero Distraction 공법)다. 박음질이 없기에 솔기에 피부가 닿아 쓸리는 일도 없다.
운동선수들의 유니폼은 ‘땀 처리’가 관건이다. 땀이 피부에서 빨리 증발해야 몸이 식어 뛰는 데 지장이 없다. 아예 옷을 걸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지만 유니폼을 입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운동선수의 유니폼은 습기와 일대 격돌을 벌이는 전장이 될 수밖에 없다. 첨단섬유 제조업체는 땀을 빠르게 제거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게 만든 게 듀폰의 ‘쿨맥스’(coolmax)나 아사히카세이의 ‘모이스텍스’(moistex) 같은 기능성 섬유다.
기능성 섬유는 습기 함유량이 적은 옷감에 첨단 폴리에스테르를 밀어넣어 땀을 빨리 흡수하고 잘 마르도록 한다. 쿨맥스의 경우 독특한 4채널 섬유 구조를 갖고 있다. 이 4개 채널은 표면장력에 의해 수분을 빨아들이는 모세관 현상을 통해 피부에서 땀방울을 빼낸다. 그 뒤 곧바로 땀을 직물의 맨 바깥층으로 신속하게 내보낸다. 이때 일반 섬유보다 20% 이상 넓어진 4채널 섬유의 표면적이 위력을 발휘해 신속하게 땀이 증발되도록 한다. 또한 옷감 안의 틈에 냉각공기가 들어가 땀을 식히는 것을 돕기도 한다.
언젠가는 고기능성 섬유를 이용한 운동선수의 유니폼에 ‘기계적 기능’을 부여할 수도 있다. 영화 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센서가 달린 장갑과 기기가 부착된 의복을 이용해 범인을 색출하듯, 유니폼에 플라스틱 광섬유를 섬유에 섞어 광신호로 작전을 지시하는 것이다. 미국 센사텍스사가 개발한 ‘스마트 셔츠’를 운동선수가 입는다면, 의류에 부착된 특수센서를 통해 선수의 심장박동·호흡·혈압·체온·칼로리 소모량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과학적인 선수교체 시기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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