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이 이번 500호로 창간 10돌을 맞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고, 이제는 아예 그 말을 잘 쓰지도 않는 숨가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도 10년은 그 세월만큼이나 무게 있게 다가온다. 잡지 한권을 만들기 위해 고통과 갈등, 초조와 불안, 두려움과 자책감 속에 일주일을 보내야 하는 우리 ‘주간살이’들에게 지령(誌齡) 500호는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창간 10돌을 맞고 보니 괜스레 10이라는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인도인들이 만든 아라비아 숫자의 가장 큰 장점은 0이라고 한다. 1에서 9까지 아홉개의 숫자와 0을 써서 10이 될 때마다 한 자리씩 올라가는 것을 생각해낸 일은 인류 역사상 매우 중대한 발명이었다. 0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10과 1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 ‘0’이 만들어낸 ‘10’의 의미가 인류문명 발달의 원동력이 되었듯이, 이 창간 10돌을 맞는 의미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왜 을 창간했는지, 창간호를 만들 때의 열정과 시대정신, 창간호를 펴낸 뒤의 기대와 설렘 등이 지금도 살아 꿈틀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끊임없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고 희망을 일궈나갈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할 때도 지금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끊임없이 창간 그때로 돌아가 ‘0’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려 한다. 다음 글들에 녹아 있는 생생한 울림을 결코 잊지 않으려 한다.
“시대는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지구촌은 갈수록 좁아진다. 정보의 홍수는 정보화 시대를 이끌 길잡이를 갈망한다. 은 시대적 요구의 산물임을 자부한다. 격변의 시대는 미래의 청사진을 요구한다. 개방화의 물결은 지구촌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무질서한 정보는 이미 정보가 아니다. 은 정보화 시대의 ‘정보 밀림지대’를 안내할 믿음직스러운 동반자가 될 것을 선언한다.”( 창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중배 전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가 창간호에 쓴 권두언)
“열악한 여건을 딛고 겉모양이나마 ‘시사지 꼴’을 만들어낸 것만으로 대견해하는 독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는 격려의 소리보다는 오히려 매서운 질책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우리들의 몸가짐을 가다듬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충고는 우리에게 견디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의 잘못을 매섭게 질타하는 채찍입니다. 그 빈틈없는 충고들은 송곳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찌르는 듯합니다.”(고영재 초대 편집장이 창간호에 이어 제2호를 내면서 쓴 첫 ‘만리재에서’)
창간 10돌을 맞는 오늘, 은 두 칼럼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으면서 독자 여러분들의 믿음직스러운 동반자가 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회초리를 준비해놓고 종아리도 걷어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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