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와 함께하는 예컨대 | 동성애 표현물은 청소년에게 유해한가]
/ 전혁 (대전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우리 사회는 다름을 인정할 줄 모른다. 코드의 차이를 비롯하여 피부의 다름, 지역의 다름 등 여러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기에 배척한다. 동성애가 사회에서 거부감을 받는 것도 그들이 대다수와 다르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뒤따르는 것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관련 있다. 그들은 사회 속에서 많은 차별을 당하며 살아간다. 이성을 사랑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이들의 인권은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으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스스로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낸 사람에게 칭찬은커녕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몇해 전 한 연예인의 커밍아웃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동성애를 법적으로 인정해준다고 해도 사회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모든 국민에게 공평해야 할 법에서 오히려 차별을 받아왔으니 이는 크게 잘못된 일임에 분명하다. 평등해야 할 법에서 차별받고 규제받아온 동성애자들의 심정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법적인 차별을 없애고 그들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줄 때 비로소 우리의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다.
몇해 전부터 학생들에 대한 올바른 성교육의 중요성이 점차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음지에만 있던 성문화를 오히려 양지로 끌어내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그와 동시에 성과 관련해 바른 생각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 사실 법으로 청소년과 성문화의 만남을 규제한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 나를 비롯하여 청소년들은 강제를 싫어한다. 성문화와의 강압적인 단절이 오히려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고, 이런 호기심들은 현재 우리나라에 잘 발달된 통신망을 통해 그릇된 정보로 연결되게끔 한다. 청소년을 위한다는 법이 청소년들이 그릇된 정보와 접촉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동성애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법으로 규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동성애 사이트들이 다른 성인물 사이트들처럼 청소년에게 직접적인 유해를 가하는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강압적으로 막아서만 될 일이 아니다. 성교육을 통해 동성애가 무엇인지에 관해 정확하고 올바르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며 단지 사랑의 대상만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법적으로 청소년들이 그릇된 정보와 접촉하는 것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청소년들이 올바른 정보를 받아들이고 사고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성교육에 동성애를 포함시켜 이에 대해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인식한다면 이들이 사회에 나가는 순간부터 동성애와 관련된 사회적 편견도 조금씩 사라질 것이고, 결국 그들도 하나의 인간으로써 대접받는 사회가 올 것이다.
‘배부른 자는 배고픈 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동성애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배고픈 자로, 이성을 사랑하고 그들을 멸시하는 나머지를 배부른 자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배고픈 자의 배부른 자에 대한 열망은 배부른 자의 배고픈 자에 대한 멸시와 상대적으로 비례한다. 우리는 그들의 열망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배부른 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배고픈 자를 이해하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배부른 자가 되게끔 해야 될 것이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법적 평등성의 보장과 청소년들의 올바른 교육이 이의 출발점이다.
/ 전혁 (대전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table cellpadding="7"><tr><td bgcolor="ffffcc"> <font size="2"> 청소년 보호론자들의 우려대로, 청소년들은 동성애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동성애 표현물은 청소년에게 유해한가’라는 주제의 예컨대 논술에 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글이 들어왔다. 역시 청소년 보호론자들의 우려대로, 청소년들은 동성애에 우호적이었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 사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혁, 손지윤, 이슬기 등 뉴페이스와 유성민, 최진헌 등 올드페이스 모두 ‘예컨대’로 뽑혀도 손색 없는 글을 보내왔다. 다만 단연 빼어난 글 하나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전혁, 손지윤 학생의 글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끝에 결국 전혁의 글을 예컨대로 뽑았다. 전혁 학생의 글이 상대적으로 주제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대전외고 전혁 학생은 법으로 동성애 표현물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성교육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일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이 법 앞의 평등을 보장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학생들의 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주장이었다. 이처럼 그의 글은 ‘동성애 표현물’을 중심으로 논술을 풀어가 글이 구체적이고 주제 충실도가 높았다. 다만 논리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문장이 늘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대원외고 손지윤 학생은 최근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시정부가 동성 커플에게 결혼증명서를 발부한 이야기로 글을 끌어갔다. 첫 단락이 매력적이고, 단정한 문장이 빛나는 글이었다. 광주여고 이슬기 학생은 “동성애가 유해하지 않다면 그 표현물 또한 유해할 리 없(다)”고 주장했다. 역시 치밀한 논리와 날카로운 비유가 훌륭했다. 그러나 두 학생의 글은 ‘동성애 표현물’보다는 ‘동성애’의 유해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글 주제가 동성애에 대한 판단과 겹쳐 있지만, 동성애 표현물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를 따져보는 것인 만큼 주제에서 조금 떨어진 감이 있다. 이 점에서 두 글은 전혁 학생의 ‘정공법’에 밀렸다.
예컨대 모범생, 유성민 학생과 최진헌 학생의 글도 ‘수준’을 잃지 않았다. 대전 보문고 유성민 학생은 동성애 반대론자들을 비판하며 “변태 눈에는 변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인천고 최진헌 학생도 최근의 관련 설문조사 등을 인용해 논리적인 글을 써주었다. 이 밖에 울산 신정중 졸업생인 김영경 학생의 글에도 “‘동성애 표현물’에 관한 찬반으로 쓸모없이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 아니라 ‘동성애’라는 가치관을 어떤 방법을 통해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학생들의 글에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모든 학생의 글에 과연 청소년은 유해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이 빠져 있었다. 또 청소년 보호 논리의 저변에 깔린 ‘동성애는 전염된다’는 인식에 대한 비판도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행복한 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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