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컨대에 글을 보내는 학생들이 참 이상했다. 너나 없는 입시 ‘광란’ 속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바쁜지를 알기 때문이다. 예컨대에 뽑힌다고, 대입 가산점을 주지도 않는데 말이다. 예컨대 글을 쓰려면 족히 두어 시간은 들었을 터인데, 그 금쪽같은 시간을 내서 글을 보내준 학생들의 자발성이 이상하면서도 고마웠다. 그렇게 써 보낸 글에 대해 일일이 평가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평가자의 게으름을 핑계로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
예컨대를 통해 몇몇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는 기쁨도 컸다. 전해준, 유성민, 최진헌 학생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 학생들은 꾸준히 예컨대에 글을 보내주었다. 가끔 다른 학생들의 글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들의 글에 ‘감점’을 주기도 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래도 글을 잘 쓰는 학생들이라 예컨대로 자주 뽑히곤 했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늘어 뿌듯했다. 물론 평가자의 덕택은 아님을 안다. 글쓰기에 목마른 학생들에게 참여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예컨대를 통해 알게 됐다. 예컨대는 여기서 멈추지만, 예컨대 모범생들의 글쓰기는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동안 논술글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상상력의 부재였다. 매주 ‘평균작’ 수준의 글은 많았지만, 예컨대로 선뜻 뽑을 만한 글이 많지는 않았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교육이 학생들의 사고를 어떤 틀에 가둬두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고, 학생들이 지나치게 논조를 의식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른들의 사고를 닮아가지 말고, 자신의 상상력으로 글을 쓰라는 당부를 꼭 드리고 싶다. 예컨대가 단순히 대학입시 논술 연습장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토론문화 활성화에 일말의 기여라도 했기를 바란다. 어설픈 평가에 귀를 기울여준 모든 학생들의 건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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