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2개 학교 교사들이 모인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연구학교 운영자 워크숍
▣ 백인애 국가인권위원회 학교교육팀
[일어나라, 인권 OTL⑤]
“교사로서 가장 행복했던 때요? 학생들이 내 말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을 때죠.”
4개월차 교사의 수줍은 고백에 강의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37년 경력의 노 교사와 4개월차 새내기 교사가 손을 맞잡고 엉덩이를 부딪치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머리 위에 서리가 내려앉기 시작한 중년의 교사가 “나는 이런 교사가 되고 싶었다”라고 시를 읊을 때 강의실은 이내 숙연해진다.
지난 4월22일부터 서울 건국대 기숙사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연구학교 운영자 워크숍 현장. 인권교육을 한다고 도전장을 내민 전국 32개 학교는 모두 이맘때쯤 좌충우돌한다. 복지시설을 방문해 자원봉사도 해야 할 것 같고, 애들 두발은 어째야 하는지, 학교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은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
그래서 교사들은 운영자 워크숍 초청장에 쾌재를 부른다. 산 넘고 물 건너 (실제 그렇다) 도착한 강의실. ‘자, 200쪽 분량의 공책을 꺼내놓고….’ 그런데 이게 웬일! 책상을 치우고 일어서라고 한다. 그러곤 2시간 동안 손 잡고 엉덩이 부딪치며 인사하고, 멀쩡한 내 이름이 아닌 들꽃 이름으로 부르자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울컥하는 거다. 한참 작아져 이제 존재마저 희미해진 ‘나’, 한때는 동네 골목을 주름잡던 ‘검은 띠’, 한때는 새치름한 것이 은방울꽃 닮았다고 ‘방울이’라고 불리던 나를 불러내 내 이름을 불러주고 만져준다. 존재라는 것은 의외로 연약하다. 계급장 떼고, 벗겨지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의 무게를 벗어내고 나면 은방울꽃처럼 연약해 서로의 어깨에 기대고 싶어진다. 따뜻한 손을 맞잡고 싶어진다. 아, 그렇구나. 인권은 이렇게 맞잡은 손에, 기댄 어깨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사가 끝나고 나면 명실공히 ‘워크숍’이 진행된다. ‘아동권리협약, 아동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사람,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학생 생활규정, 어쩌고저쩌고….’ 그러나 서로의 존재를 깨우고, 그 소리에 귀기울여주는 것이 인권교육의 핵심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부터 3기째 인권교육연구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매번 선생님들의 열정과 의욕에 감탄하게 된다. 입시와 사교육으로 지쳐가는 게 아이들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200쪽 공책은 백지다. 좌충우돌은 계속된다. 그러나 조금은 낯설었던 워크숍의 경험이 말해주듯, 내가 진정 고사리 손을 맞잡고 그의 이름을 불러줄 때, 삶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교사도 학생도 참으로 작은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며 서로의 가슴을 보듬을 때 변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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