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의 험난한 현실 확인한 ‘호스피스 수가, 질 관리 및 시범사업계획(안) 공청회’
▣ 글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인권 OTL-30개의 시선 ⑤]
그곳의 모습이 한국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5월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주최로 열린 ‘호스피스 수가, 질 관리 및 시범사업계획(안) 공청회’에서는 곳곳에 수녀들이 눈에 띄었다. 공청회 장소를 빼곡히 메운 300여 명 가운에 이렇게 종교에 관련된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이날 공청회장 풍경은 지금까지 한국의 호스피스 제도가 종교인 중심으로 발전해왔음을 증명했다. 공청회의 취지는 현재 의료보험제도 안에 없는 호스피스 수가를 따로 마련해 호스피스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것이었다. 호스피스 제도가 이제야 종교를 넘어서 국가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암 사망자의 3%만 이용한 제도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선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호스피스는 기대 수명이 6개월 이하인 환자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연명치료 대신에 통증 완화를 중심으로 실시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치료보다는 보살핌(Care)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호스피스-완화치료를 암환자의 삶의 질을 위한 방법으로 권장한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된 호스피스 의료는 여전히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탓에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형편이다. 160곳이 넘는 의료기관이 호스피스 의료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40여 곳에 그친다. 그러니 병상 수도 부족하다. 인구 대비 필요 병상 수가 2500개지만 현재 병상 수는 650개로, 충족률 26%에 그친다. 일본의 48%, 영국의 118%에 견줘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그래서 2006년 암으로 사망한 6만5천여 명 가운데 호스피스 의료를 이용한 사람은 단 3%(1977명)에 그쳤다.
이렇게 호스피스 제도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은 현실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호스피스 제도는 더욱 요원하다. 현재 공공의료 체계 안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호스피스 제도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전국 251개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재가 암환자 가정방문 서비스에서 말기암 환자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한다. 집에 있는 암환자를 위한 이 서비스는 2005년부터 시작돼 건강보험 부가액이 하위 50%에 속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대상자 발굴에 사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말기 환자에 대한 특성화된 서비스는 부족한 형편인 것이다. 김원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정보이사는 “저소득층 임종 환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보건소가 지역 병원과 연계해 지원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진하다”고 말했다. 보건소 방문 간호사의 보살핌을 받는다 하더라도,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부족하고 방문도 한 달에 한 번 이하에 그치는 경우가 흔하다. 장윤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지원과 과장은 “말기암 환자 관리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며 “지역 암센터를 중심으로 말기암 환자에 대한 치료망이 잘 갖춰진 곳도 있는 반면 아직은 미흡한 지역도 많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등이 보건소와 지역 간호대학 등을 연계해 방문간호 시스템을 잘 구축한 사례로 꼽힌다.
호스피스 제도의 운영을 위해선 다양한 직종이 연계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의사·간호사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영양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이 호흡을 맞춰 환자와 가족에게 사회심리적 지원까지 제공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시범사업계획(안)에서 제시한 호스피스 의료기관의 조건만 봐도 환자 1.5명에 간호사 1명을 갖추고 4인실 이하의 입원실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갖춘 호스피스 의료기관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가정방문 의사는 수지타산 안 맞다?
한편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집에서 임종을 맞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병원에서 숨지고 있다. 전체 사망자 중에 병원에서 숨지는 비율은 1989년 12.8%에서 2005년 49.8%로 가파르게 늘었다. 그래서 가정 호스피스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 장윤정 과장은 “현재는 간호사의 가정방문만 제도로 뒷받침된다”며 “의사, 간호사 등이 팀을 이뤄 가정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것의 제도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가정으로 가는 것에 대한 환자의 불안도 해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의료수가가 높은 시술을 많이 하지 않는 호스피스 기관이 가정방문 의사를 둬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호스피스 진료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도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의 적극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 환자들은 더욱 방치된다.
반면 일본의 저소득층 환자는 1인실에서 호스피스 보살핌을 받으며 편안한 임종을 맞이한다. 일본은 방문간호센터 6천여 곳에서 가정 호스피스도 제공해 말기암과 에이즈 환자를 돌본다. 영국도 1991년에 호스피스 국가위원회를 설립해 본인 부담금 없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한다.
호스피스는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한 치료조차 중단하는 안락사와 다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선 최후까지 종합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을 최선의 선택이라 여긴다. 여전히 호스피스 제도를 죽으러 가는 길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호스피스는 환자와 가족의 건강을 위한 제도일 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선택이다. 김원철 이사는 “호스피스가 제도화돼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완화의료로 바꾸면 의료 낭비를 줄이게 된다”며 “저소득층 환자의 의료비 부담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웰빙(Well-Being)은 웰다잉(Well-Dying)으로 끝난다. 김 이사는 “호스피스는 잘 죽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삶 그리고 마무리’를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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