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아 마땅한 나이에 노동하다 강제퇴거까지… ‘적극적 차별 시정정책’ 대상 돼야
▣ 설동훈 교수 전북대 사회학과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인권 OTL-30개의 시선①]
이주 아동·청소년들이 취업 전선에 나서는 것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애초에 취업을 위해 입국하는 유형이다. 이런 경우는 방글라데시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5살이 되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경우 일을 하기 시작한다. 부모가 한국에 노동이주를 한 경우, 15살이 된 자녀들을 노동이주시키는 것은 방글라데시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 이주노동자의 취업을 두고 ‘아동의 교육권 침해’로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부모가 해당 학령기 자녀를 취업 전선으로 내모는 행위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

둘째, 한국에 들어와 부모와 재결합한 뒤 학업을 계속하려 했는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차선책으로 취업하는 유형이다. 한국에 와서 한국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도중, 또는 학교에 들어간 뒤 적응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청소년들은 부모도 그렇고 스스로도 일자리를 갖길 원한다.
하지만 청소년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학습 욕구를 강하게 표현한다. 이들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의해 ‘노동이나 경제적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주노동자 아동이 제도권 학교에 들어가기만 한다고 학습권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학교나 사회에 이주노동자 아동을 위한 기본적 언어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만 개방할 것이 아니라, 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해 국가가 이주노동자 아동에게 한국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후견 교사를 붙여주는 등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불법 체류 청소년 이주노동자가 출입국관리법 위반자로서 강제 퇴거의 대상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적응하기 곤란할 정도로 한국에서 성장해버린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 경우 강제 퇴거를 단행한다면 아동 인권이 치명적으로 침해될 수 있다.
외국인의 귀화와 정착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일본에서 생활한 지 오래되어 본국으로 귀환했을 때 오히려 적응이 어려울 것이 확실한 몇몇 불법 체류 아동의 경우 그 부모의 체류 자격을 합법화하는 ‘재류특별허가’(在留特別許可)를 해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에는 ‘특별체류허가’라는 동일한 권한이 법무부 장관에게 주어져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녀를 둔 불법 체류자’에 대해 특별체류허가를 내준 경우가 거의 없다.
일본도 한 ‘재류특별허가’ 왜 안 하나
‘결혼이민자가 본국에서 데리고 온 자녀’와 ‘외국인 결혼이민자와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청소년 북한 이탈 주민’도 국내에서 자유롭게 거주·취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유사한 경험 세계를 갖고 있다. 이들은 피부색과 외모가 약간 차이난다는 이유로, 말투와 말씨가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거나 차별을 당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처럼 삶의 거처를 외국 또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옮겨온 이주 아동·청소년들은 ‘원주민 한국인’의 텃세 때문에 서러웠던 경험을 공통적으로 토로한다.
따라서 노동이주·결혼이주·난민이주 등 다양한 이주를 경험한 아동·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이주자로서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수적이다. 본인의 노력과 가족의 지원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이웃·지역사회·학교·직장을 공유하는 한국인들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이들에게 가해지는 제도적·관행적 차별 등 각종 불이익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두기 힘들다. 이주아동·청소년들은 ‘사회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적극적 차별 시정정책’(affirmative action)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이주아동·청소년의 차별 대우를 시정하고, 그들의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천해야 한다.
[기획연재- 인권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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