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땡땡이를 치고야 말았다. “난… 점심시간을 좀 오래 썼을 뿐이고~”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인정한다. 오전 10시50분부터 2시간여 사라진 건 분명 땡땡이에 더 가깝다는 걸.
전날 이언 커티스의 전기영화 상영 소식을 접한 게 발단이었다. 전설적인 포스트펑크 밴드 조이 디비전의 보컬로, 23살에 스스로 삶의 끈을 놓아버린 비운의 천재. 머리로는 대표곡 (1980)를 처음 들었을 때의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떠올리며, 손으로는 상영관을 찾느라 부지런히 클릭했다. 젠장. 몇 군데 안 되는 상영관에선 낮에만 두어 차례 상영한단다. 일탈을 감행한 건 그래서다.
19살에 만난 여인과의 이른 결혼, 갑작스러운 밴드 합류, 얼떨떨한 성공 가도, 몸뚱어리를 갉아먹는 간질, 우연히 다가온 또 다른 사랑, 급작스런 명성에서 온 짓눌림, 두 여인 사이에서의 혼란…. 끝내 그 모두에 대한 ‘컨트롤’을 잃고 극단의 길로 내리닫게 되기까지를 영화는 담백하면서도 감각적인 흑백 영상에 담았다. 이언 커티스의 죽음으로 조이 디비전은 4년 만에 해체했지만, 이후 더 큰 명성을 얻었다. 남은 멤버들은 새 밴드 뉴오더를 결성해 1980년대 신스팝 열풍을 이끌었다.
473석 규모의 상영관에 관객은 덜렁 세 명. 극장 안 공기는 찼다. 화장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지막 장면에선 가슴이 싸했다. 돌아오는 길,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는 찬바람보다 더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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