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이 부른 <프레보>
정권이 뻘짓을 할수록 더 바빠지는 내 일의 속성상 요사이 야근이 잦다. 얼마 전엔 뭉친 뒷목과 어깨를 주물러주는 안마기를 샀다. 처음엔 별 기대 안 했는데, 이젠 에디슨의 전구 못잖은 대단한 발명품이라며 감탄하는 중이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아침마다 영양제도 꼭꼭 챙겨먹는다.
어젠 끼니도 거르고 늦게까지 책상머리를 지켰다. 밤 10시 넘어 늦은 저녁을 먹으며 반주를 살짝 걸쳤다. 술기운으로 피로감을 마취시키는 비법이다. 지하철역 플랫폼에 섰다. 사람이 없어 조용했다. 순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신들린 듯한 목소리.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등에 매달려 있던 큼직한 ‘만성피로 인형’이 떨어져나가고, 세포 하나하나에서 독소가 빠져나가는 느낌. 이대로 몸이 부웅 떠오를 것만 같았다. 숨은 언제 쉴까 싶을 정도로 화려하게 내몰아치는 스캣의 향연에, 난 녹아버렸다.
나윤선이 부른 는 그렇게 다가왔다. 에그베르투 지스몬티의 곡을 소화해 새 앨범 (Voyage)에 담은 것이다. 여성 재즈 보컬 하면 떠오르는 묵직하고 걸걸한 목소리 대신 청아하고 신비로운 목소리의 그는 국내보다 프랑스에서 더 유명하다. 이번엔 유럽 올스타급 멤버들과 퀸텟(5인조) 형태로 녹음했다. 톰 웨이츠의 이나 냇 킹 콜의 도 귀에 감기지만, 6곡이나 되는 자작곡도 수준급이다. 내지름보다 속삭임의 미학을 머금은 이 앨범은 내게 어떤 안마기나 영양제보다도 효과 만점인 피로회복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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