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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속 무인기 학살, 현실이 되다

등록 2024-07-06 06:06 수정 2024-07-07 11:34
2024년 7월3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를 피란처 삼고 있던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 직후 대피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2024년 7월3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를 피란처 삼고 있던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 직후 대피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작가 아테프 아부 사이프는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에서 태어나 2019년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이주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문화부 장관이기도 한 그는 ‘국제 문화유산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0대 아들과 함께 고향인 가자지구를 방문했다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집단학살 일기>(백소하 옮김·두번째테제 펴냄)는 그가 가자지구에서 2023년 10월7일부터 85일을 버텨내며 경험한 무도한 전쟁의 기록이다. 책 후기에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그는 일찍 집에 가야만 옥상에서 고양이한테 먹이를 던져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두워지면 드론이 자신을 볼 수 있고, 누군가 지붕 위로 무언가를 던지기 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드론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유로메드 인권감시’는 2024년 2월19일 펴낸 자료에서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집단학살의 일환으로 이스라엘군이 소형 무인기(쿼드콥터)를 이용해 근거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해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스라엘군은 전쟁 전 정보 수집용으로만 사용했던 무인기를 이용해 피란처에서, 병원에서, 거리에서, 인구가 밀집한 주거지역에서 비무장 민간인을 표적 살해하고 있다”며 “특히 지상 또는 공중 공격을 마치고 이스라엘군이 퇴각한 뒤 집을 살피러 돌아온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종말의 날’을 연상시킨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2024년 7월3일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3만7953명이 숨지고, 8만726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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