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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뇌물·탈세’ 이탈리아 총리 별세

등록 2023-06-17 13:56 수정 2023-06-17 14:07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2022년 10월21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 면담을 하기 위해 로마 퀴리날레 대통령궁에 도착하고 있다. REUTERS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2022년 10월21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 면담을 하기 위해 로마 퀴리날레 대통령궁에 도착하고 있다. REUTERS

언론재벌이자 정치인으로 모두 네 차례나 정부를 이끌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2023년 6월12일 노환으로 숨졌다. 향년 86.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인생 역정은 이탈리아인이 가장 사랑한 ‘막장 드라마’로 부를 만하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한때 크루즈선에서 가수로도 활동했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언론제국을 건설했고, 아무런 사전 경험 없이 정치권에 뛰어들어 총리에 올랐으며, 여러 명의 부인과 숱한 애인에 둘러싸여 생활했다”고 전했다.

1936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주도 밀라노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밀라노대학 법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뒤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으로 부를 쌓은 그는 언론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는 이탈리아 프로축구단 AC밀란의 구단주를 지내기도 했다.

정치권으로 눈을 돌린 그는 ‘전진 이탈리아’(포르차 이탈리아)당을 창당해 1994년 5월 처음 집권했다. 첫 집권은 단 8개월에 그쳤지만 그는 △2001년 6월~2005년 4월 △2005년 4월~2006년 5월 △2008년 5월~2011년 11월 등 네 차례에 걸쳐 모두 9년여 동안 총리를 지내며 권력을 누렸다.

뇌물공여와 탈세 등 부패와 성추문 등 각종 스캔들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그는 위기 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지지자들의 찬탄을 자아냈다. 2013년 탈세 혐의가 확정돼 공직 출마를 금지당한 그는 2018년 복권됐고, 2022년 9월 총선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023년 4월 기준 그의 자산 규모를 68억달러로 평가했다. 이탈리아 부자 순위 3위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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