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께 일본 요코하마에 사는 노부부가 숨진 채 3개월 만에 발견됐다. 부부는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여름에 에어컨 대신 난방기를 틀었다고 한다. 노부부는 주변에 치매 사실을 숨겼다. 2020년 1월에는 사이타마현의 시골 한 주택가에서 치매인 아내와 그를 돌보던 남편이 무려 1년 만에 발견된 사례도 있다.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는데 배우자도 영양실조로 숨졌다. 이 부부는 이웃과 전혀 왕래가 없었다. 오랫동안 밤에 전기가 켜지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이 이들을 발견했다. 이후 연락이 닿는 가족도 찾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고독사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는 아직 없다. 도쿄를 중심으로 고독사 관련 통계가 나왔는데, 도쿄의 경우 자택에서 숨지는 사람이 2000년 13만 명에서 2020년 약 20만 명으로 매년 5천 명 이상 늘어나고 있다(후생노동성 2021년 인구통계). 이 중 4분의 1이 고독사인 것으로 추정한다. 또 지자체(도쿄도복지보건국)의 자료 등으로 유추해볼 때 전국 단위로 2010년 700여 건으로 시작해 2020년까지 매년 약 1천 건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2021년 일본소액단기보험협회의 조사자료에서 약 3500건의 고독사 사인을 분석한 결과, 병사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자살과 사고사 순이며 원인불명의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남성은 연령이 높을수록, 여성은 연령이 낮을수록 고독사 비율이 높았다. 고독사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로 나타났다. 20대에 시작된 은둔형 외톨이가 50대 장년층이 되고 부모가 숨진 뒤 고독사로 이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고독사 유형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고령자 부부 세대, 즉 일본에서 이야기하는 고령자가 고령의 배우자를 돌보는 ‘노노(老老)케어’나 치매 부부가 동거하는 ‘인인(認認)케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동거가족의 고독사 비율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시대에 고독사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이가 지역사회 붕괴나 가족형태 변화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또한 이혼율 급증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것도 원인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미혼율이 늘어나는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2021년 인구통계를 보면 남성 미혼율은 23.4%, 여성은 14.1%다. 이는 남성 12.6%, 여성 5.8%였던 2000년보다 갑절 늘어난 수치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3포 세대’가 늘어나는 한국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2018년 후생노동성 자살대책추진실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20대 이하 자살률은 평균 자살률(13.8%)보다 2배나 높은 26.5%로 나타났다. 급기야 우울증을 겪는 젊은 세대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눈물을 닦아주는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하는 회사가 등장할 정도다. 유감스럽게도 스스로 고독하지 않고 살아갈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도움받을 방법을 찾지 못해 고독사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독사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고독사 관련 보험은 집주인과 입주자가 각각 가입할 수 있는 상품 등으로 다양하다. 장례비 지원이나 유품 정리 등을 상품 옵션으로 두는 등 구체적이다.
무연고자 고독사, 정부 차원 제도 마련이전부터 비영리단체(NPO) ‘산쇼카이’나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토털라이프 서포터’ 등이 무연고자의 장례를 대신 치러주는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NPO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각 가정에 ‘욕실 센서’를 부착하거나 전기나 수도, 가스 등 이른바 ‘라이프 라인’의 사용량이 급감하는 1인 가구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고독사와 관련해 무관심이 오히려 배려라고 여기는 일본의 개인주의 문화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최근 일본에서도 조금씩 변화를 보인다. 고독사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인식한 것이다. 마침 2021년 고독과 고립대책을 전담하는 정부기관과 장관직이 신설됐다. 정부도 고독사 문제가 다양한 세대로 확산한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간이 맡아온 무연고자의 고독사에 대해서도 장제급여 같은 제도를 마련해 지원에 나섰다. 생활보호대상자나 경제적으로 곤란한 사람을 대상으로 장례비를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다. 거주했던 집 주인이나 한국의 통장 같은 민생위원을 중심으로 장례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른바 ‘복지장’이라고 하는 이 제도는 지역의 민생위원이 담당할 때도 있기에 ‘민생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제도는 유족이 없는 무연고자이거나 유족이 있어도 장례비를 낼 능력이 안 될 때 신청이 가능하다. 지역주민이 이렇게 장례를 치러주는 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아직도 늘어나는 무연고 고독사에 손쓰지 못하는 지자체가 많다.
최근에는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커뮤니티케어’가 추진되고 있다. ‘지역포괄케어센터’는 지역주민이 이웃 고령자의 안부를 항목별로 확인하도록 독려한다. 안부 확인 체크 항목은 일주일에 보이는 빈도수, 복장이나 행동, 우편물 확인, 전기 사용량, 소등 상황 등 10개다. 시대와 약간은 동떨어진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일본에 잘 맞는 방식으로 보인다. 나가노현 고우미마치의 일선 담당 공무원 구로사와 다이스케도 “여러 방법을 찾아봐도 아직 고독사와 관련해 사람의 눈과 직감보다 빠른 것이 없다”고 말한다.
저출생 고령화에 대한 고민, 결혼이나 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 일본은 한국과 너무도 많이 닮아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는 한국의 어두운 단면이다.
고독사 대책은 정부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앞서 소개한 일본의 커뮤니티케어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과의 소통과 협업, 커뮤니티 기능 복원 등 민관과 시민사회의 협력이 더욱더 절실하다. 그중에서도 지역주민이 주변의 홀로 계신 어르신을 지켜보며 10개 항목을 체크하는 활동은 결국 고독사를 예방하는 활동과 연결된다. 한국의 경우는 이제까지 고독사 예방보다 이후 지원이 중심이었다. 한국에도 고독사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제도를 개편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일본처럼 고독, 고립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나 장관직을 신설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 죽음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고독사는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가노(일본)=이성한 사쿠대학 인간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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