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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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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침 맞은 대갈공명의 알뜰한 폭포

맛 좋고 가격 착한 경기도 일산 중산동 ‘최고집찜 칼국수’
등록 2012-02-18 13:38 수정 2020-05-03 04:26

저녁 밥때도 놓치고 뒤늦은 퇴근을 하는데, 전화가 왔다. (새해에도 술을) 사랑하는 내 와잎이었다. 동네 키즈카페에 있으니 그리로 오라는 것이었다. 가보니 아이들과 부모들이 뒤엉켜 열기가 후끈했다. 아들 녀석은 아빠를 본체만체 땀을 뻘뻘 흘리며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니 엄마는 어디 갔니? 직원은 나를 룸으로 안내했다. 와잎은 룸 안에서 치맥으로 동네 아줌마들과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엄마는 룸 잡고, 아들 녀석은 홀에서 뛰놀고 아주 나이트구만.” 마침 양복을 입은 나를 보며 술이 약간 오른 와잎이 말했다. “야~ 강호동~ 가서 부킹 좀 해와봐~.” 부킹은 아무나 되니? 그리고 키즈카페 맞니? 재즈카페 아니니? 와잎은 벨을 눌러 생맥주를 추가 주문했다. 아이들의 놀이와 어른들의 놀이가 따로 있지 않았다. 아주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구만. 와잎은 음료광고 찍듯 잘도 마셨다. ‘참 열심히 산다 살어’라고 중얼대고 있는데, 아줌마들이 말했다. “부부끼리 술을 마시니 얼마나 좋으세요? 저희 남편은 술도 안 먹고 정말 부러워요.” 부부끼리 술을 안 마시니 얼마나 좋으세요? 저희 아내는 술도 잘 먹고 정말 죽겠어요.

우리집에 가서 한잔 더 하자고 선동하는 와잎의 옆구리를 찌르고 찔러 겨우 집에 왔더니, 소포가 와 있었다. 고향 친구 최대갈(별명)이 보낸 소포였다. 주류회사 영업일을 하는 녀석이 맥주잔과 오프너가 담긴 판촉물을 보낸 것이다. 전화를 걸었다. 최대갈은 토요일에 경기도 일산에서 부부끼리 보자 했다. 나만 가면 안 되겠니?

토요일 오후 대갈을 만나러 가면서, 세네갈은 알아도 최대갈은 잘 모르는 와잎에게 녀석을 브리핑해줬다. 머리가 큰 최대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녀석은 저녁 퇴근 뒤 동네 오락실에서 ‘철권’ 같은 겨루기 게임을 하는 것으로 소일했다. 한번은 열라 게임을 하고 있는데 중학생 녀석이 도전을 해왔다. 딱 보니 오락실 주인이 너무 오래 하는 최대갈의 게임을 끝내려고 보낸 ‘킬러’였다. 최대갈은 킬러를 어렵사리 제쳤다. 킬러는 약이 올라 계속 도전해왔다. 대갈공명은 족족 이겼다. 킬러 녀석도 포기하고 다시 혼자 게임을 하고 있는데, 뒤통수에서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것이 있었다. 피였다. 킬러가 자객으로 변해 그의 뒤통수에 커터칼을 꽂은 것이다. 녀석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게임을 하다가 동네 꼬마들이 아저씨 머리에서 피난다고 해서 알았다. 그 중학생 자객을 잡겠다고 씩씩대는 대갈공명을 두고 우리는 조폭 생활하다 칼침 맞은 것도 아니고 오락실에서 게임하다 중학생한테 칼침 맞았다고 엄청 놀려댔다. 이것이 전설의 ‘하북 오락실 칼침사건’의 전모다. 이 일 말고도 대갈의 행동은 유니크했다. 자기가 전화를 걸어서 왜?라고 묻거나. 바지가 내려가 팬티가 보이는 것을 팬티가 올라왔다 하거나, 2m 거리에서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변기에 오바이트를 하는 인간 폭포였다. 여기까지 들은 와잎 왈. “완죤 돌아이구만~.”

오랜만에 만난 대갈공명은 머리숱이 줄어 머리가 더 커 보였다. 대갈이 우릴 인도한 곳은 경기도 고양시 중산동 최고집찜 칼국수. 값싸고 푸짐해서 유명한 집이라고 대갈은 말했다. 우리는 해물찜과 해물파전, 그리고 동동주를 시켰다. 큼직한 해물파전은 바삭해서 맛났다. 해물찜은 해물이 푸짐하고 너무 맵지 않아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았다. 서비스로 나오는 해물탕은 소주를 불렀다. 와잎은 신명나게 잔을 들었다. 장날이구나~. 대갈의 아내도 넙죽넙죽 잘도 마셨다. 알고 보니 그녀도 한 술 하는 여인이었다. 또 다른 와잎의 출현. 나의 삼재는 언제 끝난단 말인가. 그날, 두 명의 와잎의 협공으로 대갈과 난 만취했다. 뻘건 얼굴로 2m 앞 양변기에 알뜰하게 폭포를 쏟는 대갈공명을 두드려주며 난 결심했다. “더는 안 되겠다. 임신시켜야겠다!” 문의 031-976-6400. xreporter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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