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X
저녁밥도 못 먹고 마감을 하고 있는데 피부가 귤껍질이라 별명도 귤 껍질인 김성에게서 문자가 왔다. “들었냐? 태권이(가명)가 회사 관두 고 부라질로 이민 간대~.” 문자를 보느라 커피를 쏟았다. 이런 우라 질~. 머리 커서 태권이(894호 ‘야무진 보약과 차진 시루떡’ 참조)라 불린 K가 이민을? 짬을 내 전활 했다. 녀석은 그렇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하긴 녀석의 부모님과 동생은 이미 중학교 때 브라질로 이민 을 갔더랬다.
외국계 은행이란 번듯한 일자리를 버리고 처자식과 함께 지구 반대 편으로 가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녀석을 보며 물보다 진한 ‘피의 부 름’을 떠올리다 문득 ‘물의 부름’에 대한 공포가 일었다. K는 와잎을 끝까지 대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간기능의 장수였다. 한 달에 한두 번 서로의 집에서 합숙하며 음주대첩을 벌일 때마다 초장에 나가떨 어진 K의 부인 S나 나와 달리, K와 와잎은 철야 전투를 치러내곤 했 다. “야, 너까지 가버리면 난 어떡하란 말이냐? 우리 와잎은 누가 책 임지란 말이냐? 갈 거면 우리 와잎도 데리고 가~. 이런 우라질!” 녀 석은 낄낄대며 “너무 힘들면 돈 모아서 한 번씩 브라질로 보내라”고 귀띔했다. 그냥 나 혼자 가면 안 되겠니? 브라질.
지난달, 급한 마음에 KS 부부와 부랴부랴 약속을 잡았다. 단아한 S 는 서초동 교대곱창엘 가고 싶어 했다. 교대곱창은 결혼 전부터 우 리 두 커플이 자주 드나들던 단골집. 거북곱창과 교대곱창으로 양 분됐던 교대 앞 곱창가게는 인근 상점으로 더 확장돼 있었다. 손님은 여전히 오만명이었다. 와잎은 곱창 3인분, 양 3인분에 소맥을 주문했 다. 양을 아주 양껏 주문하는구나~. 오랜만에 맛본 곱창은 여전히 고소했다. 쫀득한 양이 입 안에서 육즙을 내뿜었다. 아, 살아 있네~.
두 달여 만에 본 우아한 S는 얼굴이 달라져 있었다. 얼마 전 (속)눈썹 문신을 했다고 했다. 브라질에선 비싸서 미리 했다는(하기 전에 볼걸 그랬어~). 와잎은 S의 얼굴을 보며 “잘 나왔네~ 라인이 살아 있네 ~”라고 치켜세웠다(왜 너도 하고 싶니?). S는 “애들이 나보고 순악 질 여사 같대~” 하며 까르르 웃었다(내가 좀 좋아한 S야, 미안한데 좀 그런 거 같어~). S는 이민 가기 전 가야 할 밥집 명단을 만들었다 고 했다. 이 칼럼에 소개된 많은 가게가 거기에 있었다.
양념곱창을 파는 양미옥과 숯불에 곱창을 구워 먹는 서래곱창과 달 리 교대곱창은 팬 위에 부추·양파·감자 등을 넣어 곱창을 함께 구 워 먹는 집. 곱창을 다 먹고 그 위에 밥까지 볶아 먹으면 비로소 비 만완성. 우린 행여 살이라도 빠질세라 두 번의 추가 주문에 밥까지 볶아서 먹었다. 인근 ‘오뎅’집과 집 근처 전집을 거쳐 우리 집까지 그 날의 술자리는 새벽 5시께나 끝이 났다. 그게 KS 부부와의 마지막 술자리였다. KS 부부는 지난주 브라질로 떠났다. 녀석이 떠나는 날 오전, 와잎은 커피잔을 들고 이거로 짠이라도 하자며 눈물을 달랬지 만, 앞날이 캄캄한 난 K를 껴안고 오열했다. “가지 마, 이런 우라질!.”
문의 02-3474-9167. xreporter21@gmail.com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이 대통령 “민간 무인기 운용, 사실이면 중대범죄…군경합수팀 엄정 수사”

홀로 사는 어르신 올해 기초연금 34만9700원…이달부터 7190원↑

홍준표 “인성 참…욕망의 불나방” 배현진 “코박홍, 돼지 눈엔 돼지만”

김민석 “유승민에 총리직 제안, 저도 이 대통령도 한 바 없어”
![윤석열 ‘사형 가능성’ 충격파 국힘…한동훈 “제물” 삼아 극우 달랠까 [논썰] 윤석열 ‘사형 가능성’ 충격파 국힘…한동훈 “제물” 삼아 극우 달랠까 [논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0/53_17680041723274_20260109502831.jpg)
윤석열 ‘사형 가능성’ 충격파 국힘…한동훈 “제물” 삼아 극우 달랠까 [논썰]

일요일 아침 ‘영하 15도’ 바람까지 매섭다...전남 최대 20㎝ 폭설

뉴욕타임스가 추천한 ‘849km’ 동서트레일…“한국의 숨겨진 매력 잇는 숲길”

“중국, 일본 기업에 희토류 신규계약 거부 방침…기존 거래도 파기 검토”

‘채 상병 수사 외압’ 맞선 박정훈, ‘별’ 달았다…준장 진급

“김영옥 누나, 수고하세요”…미국 의회서 ‘깜짝’ 한국어 등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