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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도 못 먹고 마감을 하고 있는데 피부가 귤껍질이라 별명도 귤 껍질인 김성에게서 문자가 왔다. “들었냐? 태권이(가명)가 회사 관두 고 부라질로 이민 간대~.” 문자를 보느라 커피를 쏟았다. 이런 우라 질~. 머리 커서 태권이(894호 ‘야무진 보약과 차진 시루떡’ 참조)라 불린 K가 이민을? 짬을 내 전활 했다. 녀석은 그렇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하긴 녀석의 부모님과 동생은 이미 중학교 때 브라질로 이민 을 갔더랬다.
외국계 은행이란 번듯한 일자리를 버리고 처자식과 함께 지구 반대 편으로 가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녀석을 보며 물보다 진한 ‘피의 부 름’을 떠올리다 문득 ‘물의 부름’에 대한 공포가 일었다. K는 와잎을 끝까지 대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간기능의 장수였다. 한 달에 한두 번 서로의 집에서 합숙하며 음주대첩을 벌일 때마다 초장에 나가떨 어진 K의 부인 S나 나와 달리, K와 와잎은 철야 전투를 치러내곤 했 다. “야, 너까지 가버리면 난 어떡하란 말이냐? 우리 와잎은 누가 책 임지란 말이냐? 갈 거면 우리 와잎도 데리고 가~. 이런 우라질!” 녀 석은 낄낄대며 “너무 힘들면 돈 모아서 한 번씩 브라질로 보내라”고 귀띔했다. 그냥 나 혼자 가면 안 되겠니? 브라질.
지난달, 급한 마음에 KS 부부와 부랴부랴 약속을 잡았다. 단아한 S 는 서초동 교대곱창엘 가고 싶어 했다. 교대곱창은 결혼 전부터 우 리 두 커플이 자주 드나들던 단골집. 거북곱창과 교대곱창으로 양 분됐던 교대 앞 곱창가게는 인근 상점으로 더 확장돼 있었다. 손님은 여전히 오만명이었다. 와잎은 곱창 3인분, 양 3인분에 소맥을 주문했 다. 양을 아주 양껏 주문하는구나~. 오랜만에 맛본 곱창은 여전히 고소했다. 쫀득한 양이 입 안에서 육즙을 내뿜었다. 아, 살아 있네~.
두 달여 만에 본 우아한 S는 얼굴이 달라져 있었다. 얼마 전 (속)눈썹 문신을 했다고 했다. 브라질에선 비싸서 미리 했다는(하기 전에 볼걸 그랬어~). 와잎은 S의 얼굴을 보며 “잘 나왔네~ 라인이 살아 있네 ~”라고 치켜세웠다(왜 너도 하고 싶니?). S는 “애들이 나보고 순악 질 여사 같대~” 하며 까르르 웃었다(내가 좀 좋아한 S야, 미안한데 좀 그런 거 같어~). S는 이민 가기 전 가야 할 밥집 명단을 만들었다 고 했다. 이 칼럼에 소개된 많은 가게가 거기에 있었다.
양념곱창을 파는 양미옥과 숯불에 곱창을 구워 먹는 서래곱창과 달 리 교대곱창은 팬 위에 부추·양파·감자 등을 넣어 곱창을 함께 구 워 먹는 집. 곱창을 다 먹고 그 위에 밥까지 볶아 먹으면 비로소 비 만완성. 우린 행여 살이라도 빠질세라 두 번의 추가 주문에 밥까지 볶아서 먹었다. 인근 ‘오뎅’집과 집 근처 전집을 거쳐 우리 집까지 그 날의 술자리는 새벽 5시께나 끝이 났다. 그게 KS 부부와의 마지막 술자리였다. KS 부부는 지난주 브라질로 떠났다. 녀석이 떠나는 날 오전, 와잎은 커피잔을 들고 이거로 짠이라도 하자며 눈물을 달랬지 만, 앞날이 캄캄한 난 K를 껴안고 오열했다. “가지 마, 이런 우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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