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성당 종탑 위로 장맛비가 쏟아질 때 울산 철탑은 폭염으로 달아올랐다. 35℃를 웃도는 한낮 더위를 견디느라 최병승 편집위원은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면서 “부채질하며 책 읽는 데 정신을 쏟고 있으면 그나마 좀 낫다”고 했다. “사무장은 텐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바람을 좇는다”며 천의봉 위원의 ‘대여름 투쟁법’도 전했다.
최근 철탑 위에 에어컨(사진)이 등장했다. 물론 일반 에어컨과는 차원이 다르다. 두 사람의 건강을 걱정한 동료들이 머리를 싸매고 만든 ‘발명의 결정판’이다. 일명 ‘드라이아이스 에어컨’이다. 바람구멍을 낸 스티로폼 상자 안에 냉매로 드라이아이스를 넣었다. 최 위원은 “7시간 정도 시원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의 고공농성이 계속되는 한 동료들의 ‘철탑 피서용품 개발’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엔 아이스박스용 냉매가 아이스박스를 남겨둔 채 올라왔다. 수건으로 싼 뒤 등에 대고 누워 잠시나마 더위를 이길 수 있었다. 장마가 끝나면 찾아올 태풍의 바람을 두 사람은 더 염려하고 있다. 최 위원은 “운명에 맡기고 있다”고 했다.
더위보다 두 사람을 더 뜨겁게 만든 일이 벌어졌다. 박정식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이 7월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빈소를 찾을 수도 없는 두 사람의 마음이 눈물로 달아올랐다. 이튿날 천의봉 위원은 개인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가난한 자의 생명가치는 싸다/ 시장에서 저렴한 너는/ 잉여인간에 불과한 너는/ 몸값도 싸고 꿈도 싸고/ 진실도 싸고 목숨마저 싸다/ (…)/ 가난한 우리는 가난하여 오직 삶밖에 없기에/ 사랑으로 손잡고 사랑으로 저항하고/ 죽을 힘으로 싸우고 죽을 힘으로 살아가자/ 제발,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이문영 기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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