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연예인 하리수씨를 계기로 비로소 성전환자 문제가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성전환자의 수에 대해서는 공식 통계가 없으나, 현재 법원에 성별 변경을 신청한 수는 120건을 넘고 있으니 실제 성전환자의 수는 그보다 더 많으리라고 추정된다. 하씨의 경우는 대중적 인기도 얻고 성별 정정도 이루어지면서 연예인으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성전환자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 살고 있다.
다수자는 뮤지컬 은 즐기면서도 바로 옆에 있는 성전환자는 기피·조롱·혐오·차별한다. 육체적 성과 정신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전환증’으로 인한 갈등과 고통을 외면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대수술을 받고 호르몬 투여 등 의료 조치를 계속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연의 법칙’을 어겼다고 비난하는 다수자는 얼마나 잔인한가.
성전환자는 불심검문, 금융서비스 이용, 취업, 공공기관 출입, 출입국 심사, 투표 등을 위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할 때 외양과 주민등록번호상 성별 표시 숫자의 차이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성전환자는 성별 변경을 간절히 원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성별정정 허가신청에 대한 대법원의 사무지침이 까다로운 요건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성전환증이 혼인 이전에만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혼인한 사실이 있으면 정정이 허가되지 않는다. 성전환자는 가족으로부터 사실상 배제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성년의 성전환자도 부모의 동의서를 반드시 제출해야만 정정이 허가된다.
1972년 스웨덴이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위한 법률을 만든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대부분은 법률 또는 판례로 성별 정정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 대법원의 사무지침 같은 엄격한 요건은 설정되어 있지 않다. 2002년 김홍신 의원이 대표로, 2006년 노회찬 의원이 대표로 성별 변경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성전환자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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