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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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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권OTL] 때리면 맞고 촛불 끄라면 꺼야 하나요?

등록 2008-08-08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국가인권위원회 공동 기획, 청소년 7인이 함께한 인권 토론회</font>

▣ 사회·정리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font color="#C12D84">[일어나라, 인권 OTL ⑬] </font>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있던 7월30일, 선거권이 없는 사람들이 서울 강북의 청소년 카페 ‘페페’에 모여들었다. 선도부원인 김은아(중3), 촛불집회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최영우(고2), 대안학교 학생 한상민(고3), 안양 방과후 자주학교 청소년 모임의 강인정·유진주(고1), 새터민 청소년 박영은(가명·대1), 장애인으로 일반고 ‘특수반’을 체험한 김원일(21) 등 7명이 ‘인권 토론’을 하러 나온 참이었다. 15.4%라는 어른들의 차디찬 투표율과 달리 기꺼이 시간을 낸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토론회는 문경란 국가인권위 상임위원과 함께 ‘학교와 학생, 촛불 그리고 소외 청소년의 인권’을 주제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너네는 ‘버러지’다” 무시당하는 열등반

<font color="#216B9C">사회:</font> 4·15 교육 자율화 조처 이후의 학교 풍경은 어떤가. 0교시와 우열반,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등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달라.

<font color="#216B9C">강인정:</font> 오늘 오전에도 방학 보충수업에 다녀왔다. 학교에서 나눠준 안내문에는 보충수업 참가 여부를 ‘O, X’ 표시하게 돼 있었지만 사실은 ‘무조건 참석’이었다.

<font color="#216B9C"> 최영우:</font> 자율 보충수업이 아침 6시부터 시작한다. 상위 몇%만 따로 하기도 했다. 0교시 수업에 수학과 영어는 우열반으로 나눠 이동수업을 한다. 우반과 열반을 모두 경험해봤는데, 사실 학생 간에 실력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한데 우반 학생들이 열반을 아주 무시한다. 선생님들이 열반 아이들에게 “멍청이도 아닌데 왜 여기 있냐”라거나 “너네는 ‘버러지’다”란 말을 했다.

<font color="#216B9C"> 김은아:</font> 중학교에도 영어·수학 우열반이 있다. 우리 학교는 파란색(열), 초록색, 빨간색(우)으로 나눈다. 2학년 때 수학반이 결정되고 3학년 때 영어반이 결정되면 ‘색깔’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열반 학생은 실수 하나 하면 “너네는 뭘 해도 그것밖에 안 된다”고 하고, 우반 학생이 잘못하면 “그건 실수일 뿐”이라고 한다. 학생들조차 세뇌당한 것 같다.

<font color="#216B9C"> 유진주:</font> 우리 학교는 겨울에 털 조끼를 입지 못하게 하는데, 선생님에 따라 허용하기도 하고 일관성이 없다. 그래서 학생들이 조끼를 입게 해달라고 학생부 건의함에 건의도 해보고 학생회 선배들에게도 말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다. 왜 안 되는지 설명도 없다.

<font color="#216B9C"> 문경란 위원:</font> 유엔 국제아동인권협약은 아동·청소년의 의사 표현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약에 대해 선생님께 말씀드려보라.

<font color="#216B9C"> 최영우:</font> 머리 길이가 귀를 넘으면 안 된다. 걸렸을 경우에 선생님들의 ‘무기’가 다양하다. 당구 큐대는 기본에 드라이버 같은 공구로 맞다가 병원에 실려간 사람도 있다. 학생부 안에 또 방이 있는데, 그 안에 들어가면 때리기 좋게 깎아놓은 야구 방망이가 수십 개 서 있다.(마침 같은 학교 출신인 인권위 관계자는 “20년 전에도 많이 맞았다”고 회상했다.)

<font color="#216B9C"> 김은아:</font> 한도만 정해놓으면 때리는 게 나쁘지는 않지 않나.

<font color="#216B9C"> 한상민:</font> 대안학교엔 체벌이 없다. 맞는다는 게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순 있지만, 그렇게 학교가 키워내려는 인간형이 무엇인가.

<font color="#216B9C"> 박영은:</font> 중국에서 8년 동안 학교를 다니다가 2년 반 동안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한국 선생님들이 확실히 많이 때린다. 머리를 치는 건 기본이라 처음엔 정말 당황했다. 중국은 두발 규정도 없고 복장도 개방적인데, 한국은 규정도 많고 윗사람-아랫사람 간 규율이 엄격하다.

<font color="#216B9C"> 문경란 위원:</font> 2003년 유엔의 한국 청소년 인권 권고에 ‘한국에서 체벌이 사라져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세상에 ‘맞을 짓’이란 없다. 외국같은 경우 부모가 아이를 때려도 문제가 되는데 우린 폭력을 너무 허용하는 사회다. 학교 폭력 가해자가 “선생님도 우리를 때리지 않느냐”고 쓴 글을 본적이 있다. 체벌이 사랑의 매라고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어른들이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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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를 의자에 앉혀놓고 집단 구타

<font color="#216B9C">사회:</font> 촛불집회에 나가봤는가? 청소년들이 촛불을 든 이유와 청소년의 집회 참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보자.

<font color="#216B9C"> 최영우:</font> 청소년으로서 이미 4·15 조처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 뒤 ‘아수나로’라는 청소년 단체에 들어가 우리만의 촛불집회를 준비했다. 덕분에 학생들은 광우병 촛불집회 초반부터 쇠고기와 교육 문제 두 가지를 들고 나갔다. ‘너희는 촛불을 주도했으니 이제 돌아가라’든지 ‘위험하니까 어른들이 알아서 해줄게’라는 말에 반감이 든다. 내가 집회에 참여했던 것은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다.

<font color="#216B9C"> 유진주:</font> 난 광우병 촛불집회에 청소년들이 많이 간다고 해서 한번 가봤다.

<font color="#216B9C"> 강인정:</font> 아무래도 나와 상관이 있는 일이니까 가게 되더라.

<font color="#216B9C"> 박영은:</font> 이명박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 면이 있지만 어쨌든 난 정치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단체가 휩쓸려서 같이 한 거라고 생각해서 부정적으로 봤다.

<font color="#216B9C"> 최영우:</font> 학교나 부모님이 반대할 수도 있지만 그건 개인의 선택이다. 내 경우도 아빠가 공무원이라 집회 참석을 반대하셨지만 서로 정치적 입장이 다른 걸 존중해달라고 했다.

<font color="#216B9C">김원일:</font> 난 몸이 불편해서 거기 가서 깔리면 어떡하나 해서 못 갔다. 저렇게 해서 나라가 뭐 달라지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font color="#216B9C"> 최영우:</font> 청소년의 집회 참여를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막기에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했다.

<font color="#216B9C"> 한상민:</font> 촛불 정국을 계기로 청소년 인권을 보장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font color="#216B9C">사회:</font> 장애인, 새터민 등이 다니기에 학교는 어떤가.

<font color="#216B9C">김원일:</font> (얘기 시작하려다 울먹이며) 학교 다니는 동안 많이 맞았다. 경기도의 일반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고2 때부터 집단 괴롭힘이 시작됐다. 교실 맨 뒤에 안 쓰는 의자가 하나 있었는데 날 괴롭히는 ‘패밀리’가 거길 ‘아일랜드 삼청교육대’라고 불렀다. 거기에 날 앉혀놓고 주먹질·발길질을 했다. 그러면 아이들이 몰려들어 구경을 했다. 수요일이면 1교시부터 4교시까지는 특수반에서 수업을 받고 5교시부터 원래 반에서 수업을 했는데 늘 맞았다. 특수반 다른 친구들도 늘 맞고 왔다. 맞고 와서는 특수반의 약자인 자폐아 학생을 데려다 때렸다. 보복이 두려워 선생님께 말 못했다.

<font color="#216B9C"> 박은아:</font> 한국의 학교에 가기 전에 어떤 일이 있어도 상처받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한데 인문계 고등학교여서 그런지 다들 자기 공부를 하느라고 바빴다. 북한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다. 나중에 졸업할 때가 돼서야 내가 새터민인 줄 안다는 걸 알았다.

<font color="#216B9C"> 문경란 위원:</font> 다름을 인정해주는 것이 인권에서 중요한 요소다. 올해가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이다. 선언을 한번 읽어보고 자기 권리를 위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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